초등학교 1학년 (1)
제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이전에 만났던 사람은 부모님 뿐이었고, 또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상황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초등학교 1학년 때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저를 괴롭히던 두 친구는 제 옆자리와 앞자리에 앉아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종합장을 찢거나, 다리를 꼬집거나, 놀리는 방식의 괴롭힘이었습니다. 괴롭힘이 조금씩 심해지기 시작했으나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무언가 속상한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꺼내면, "네가 잘했어야지"라는 식의 응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괴롭힘이 제 잘못인 줄 알았고, 제가 소극적이고 말주변이 없는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는 하루종일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 혼자서 색종이를 접거나 그림을 그렸습니다. 때때로는 외로웠지만, 어쩐지 그 외로움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관심을 가져주셨을 때는 생각 키우기와 나의 자람이야기, 혹은 그림일기를 쓸 때였습니다. 그때만큼은 제 숙제를 대신해서 꾸미고 써주셨습니다. 그림일기는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거짓된 얘기로만 가득 채워졌고, 생각 키우기와 나의 자람이야기는 초등학생 수준이 아닌 내용들로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상을 받아 돌아오면 유일하게 좋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사랑받는 방식이 '내가 더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괴롭힘을 당해도 받아쓰기는 항상 100점을 받아왔고, 모범어린이상을 받고, 국어나 수학은 늘 90~100점을 받아왔습니다. 관심은 그때뿐이었습니다. 아빠는 점점 더 술을 마시는 빈도가 늘어났고, 괴롭힘은 조금씩 심해져 갔습니다. 학부모 상담 때 제가 책을 제대로 못 꽂아 넣고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자, 선생님은 저에게 ABC 초콜릿을 쥐어주시고선 엄마에게 제가 애정결핍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근데, 정말 책을 책장에 있는 책들 사이에 넣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에요.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스스로 배우기에는 어린 나이니까요. 못 배운 것이, 관심을 못 받은 것이, 조금이라도 잘해서 관심받으려고 한 것이 결핍이라면 결핍일까요. 그때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초콜릿을 최대한 입 안에서 오래 녹여 먹어야 했던 것뿐이었습니다.
저를 괴롭히던 친구들은 선생님 앞에선 몸이 불편한 저를 잘 도와주는 척했고, 제가 하는 것에 따라서 관심이 있다가 사라지고, 모순 속에서 버티지 못하고 울면서 부모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도 힘들었겠다는 말은 못 들었지만. 또 제 잘못이라고 추궁했지만, 그래도 아빠가 학교에 찾아가서 담임선생님과 함께 대화를 나눴습니다. 선생님은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라며 저를 안아주셨습니다. 진작에 말하기에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셨는걸요.
선생님과 함께, 독서시간에 옆자리 친구가 저를 또 괴롭히면 손을 들자고 약속했습니다. 그 다음날 독서시간이 있었고, 저는 황금거위 책을 가져왔습니다. 옆자리와 책을 서로 바꿔 읽기를 했습니다. 옆자리 친구는 제 책을 반으로 찢어버렸습니다. 떨리는 손을 들어 선생님께 "00 이가 제 책을 찢어요"라고 말했고, 상황은 그렇게 일단락되었습니다. 그 애는 저에게 조그맣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황금거위 책은 제가 좋아하던 책이었기에 책이 찢어진 것이 속상했습니다. 선생님이 책을 테이프로 붙여주셨던 것이 기억나지만, 그 이후로 그 책은 다시 꺼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옆자리 친구와는 그 이후로 사이좋게 지냈고, 앞자리 친구는 저에게 4학년 때까지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두 친구 중 어떤 대처가 저에게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지 괴롭힘을 당한 것은 저인데 마음이 불편했었습니다. 두 친구 다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느껴졌으니까요.
괴롭힘이 그렇게 지나가고, 부모님은 제게 항상 오늘은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네가 늘 잘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제 잘못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그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