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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l 04. 2022

쓸 만큼만 번다.

볼펜을 사고 싶은 아이.

우리 집에는 볼펜이 엄청 많습니다.

볼펜뿐만 아니라 연필과 지우개, 필통도 많습니다.


제 것도 있고, 아내 것도 있지만,

대부분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모은 것들입니다.


그게 다 환경오염이라고, 과소비라고,

주야장천 설명을 해줘도

쉽사리 고쳐지지가 않아서

낡아서 못 쓰거나, 수명이 끝난 것들이 생겼을 때만

새것으로 교환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집안 곳곳에 못 보던 광고 전단이 나붙었습니다.

안방, 거실 그리고 복도에.


<안방에 붙은 전단>

'평일에는 일, 드디어 기다리던 주말에는!! 집안일!'이라는 문구가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더니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집안일을 거들겠다고 나섰습니다.

더운 날씨에 낑낑거리면서 바닥 청소를 끝내더니

빨래까지 같이 개고 널었습니다.


1500원을 손에 들고 행복하게 웃습니다.

(본인이 공개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아이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하는 김에 화장실 청소도 좀 하라니까 싫다고 합니다.


"쓸 만큼만 벌 거예요."


<거실에 붙은 전단>


오늘 저녁, 영어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문구점에 들러 찜해뒀던 볼펜(1500원짜리)을 사 가지고 오겠답니다.


<복도에 붙은 전단>


뭐 쓸 만큼만 벌겠다는 녀석을 말릴 수도 없고

자기가 번 돈으로 '또' 볼펜을 사겠다는 것도 말릴 수 없네요.


제발 새로 산 볼펜으로 공부라도 좀 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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