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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l 06. 2022

변심

마음 되돌려 놓기

이 사람 여태까지 나를 속여 왔다.

그리고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나를 영원히 사랑한다고 하더니만

요즘 자꾸 예전 여자와 몰래 시시덕거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내 실수도 조금 있었다.

사소한 일에 고집을 피웠으며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 적도 있었지만

따지고 보자면

그의 변심이 가장 큰 이유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우는 시늉을 하거나

열이 조금만 올라도

한두 번 기침을 하거나

손이나 다리에 작은 상처라도 나면

열 일 제쳐두고 한 달음에 달려왔던 그였다.     

그런데 요즘 자꾸만 나와 거리를 두려한다.     


내 생일과 크리스마스 때도 너무 서운했다.

매번 새로운 이벤트와

깜짝 놀란 만한 선물들을

한아름 준비해주더니,

이번에는 완전히 내 취향을 무시한 것들만 주면서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     


예전에는 아무리 더운 여름 날씨여도

내가 옆에 누우면

두 팔을 벌리고 넓은 품을 내 주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땀띠가 난다면서 밀어낸다.     


이제는 내가 실증 난 걸까?

그가 예전 여자를 그리워하는 게 너무 싫다.     


이제는 그를 그만 놓아주어야 하나 생각한다.

아직 우리가 함께 하기로 한

수많은 약속들이 수첩에 빼곡하게 적혀있는데.     


아니다.

그의 마음을 되돌려보자.

그 동안 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조금 날카로웠던 건 사실이다.     

인정하자.


내가 변하면 된다.      


다시 많이 웃어주고

짜증은 반으로 줄이고

질투는 그만하고

대화를 늘리고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대해줘야겠다.     



그에게 쪽지를 남긴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조금 컸다고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요.

선물해주신 책도 열심히 읽고,

문제집도 저녁마다 풀게요.

그리고 이제 엄마하고 둘이 놀아도 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사랑해요. 아빠.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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