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되돌려 놓기
이 사람 여태까지 나를 속여 왔다.
그리고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나를 영원히 사랑한다고 하더니만
요즘 자꾸 예전 여자와 몰래 시시덕거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내 실수도 조금 있었다.
사소한 일에 고집을 피웠으며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 적도 있었지만
따지고 보자면
그의 변심이 가장 큰 이유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우는 시늉을 하거나
열이 조금만 올라도
한두 번 기침을 하거나
손이나 다리에 작은 상처라도 나면
열 일 제쳐두고 한 달음에 달려왔던 그였다.
그런데 요즘 자꾸만 나와 거리를 두려한다.
내 생일과 크리스마스 때도 너무 서운했다.
매번 새로운 이벤트와
깜짝 놀란 만한 선물들을
한아름 준비해주더니,
이번에는 완전히 내 취향을 무시한 것들만 주면서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
예전에는 아무리 더운 여름 날씨여도
내가 옆에 누우면
두 팔을 벌리고 넓은 품을 내 주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땀띠가 난다면서 밀어낸다.
이제는 내가 실증 난 걸까?
그가 예전 여자를 그리워하는 게 너무 싫다.
이제는 그를 그만 놓아주어야 하나 생각한다.
아직 우리가 함께 하기로 한
수많은 약속들이 수첩에 빼곡하게 적혀있는데.
아니다.
그의 마음을 되돌려보자.
그 동안 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조금 날카로웠던 건 사실이다.
인정하자.
내가 변하면 된다.
다시 많이 웃어주고
짜증은 반으로 줄이고
질투는 그만하고
대화를 늘리고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대해줘야겠다.
그에게 쪽지를 남긴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조금 컸다고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요.
선물해주신 책도 열심히 읽고,
문제집도 저녁마다 풀게요.
그리고 이제 엄마하고 둘이 놀아도 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사랑해요. 아빠.
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