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번째 평창 방문입니다.
가을을 찾으러 왔습니다.
너무 넓고, 너무 높으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눈에 담지도, 사진에 담지도 못합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이 너무 커서 그동안 제 마음에 담지 못하고 있었음을 새삼 다시 느낍니다.
비어있는 거미줄.
가을 햇살은 잡지 못하나 봅니다.
가을 바람도 잡지 못하나 봅니다.
그런데 왜 제 마음은 잡고 놔두질 않는 걸까요?
가을이 물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잔잔하고 고요하기에 두 배로 아름답습니다.
둥글둥글하게 살아야 하는데
둥글둥글 한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데
어째 몸만 둥글둥글해지는 것 같습니다.
폼을 잡아 보는데 폼이 나지 않습니다.
자연은 폼을 잡지 않아서 폼이 나나 봅니다.
가을이 가고 있음을 핑계로 알딸딸해집니다.
술 이름과 다르게 흐릿해집니다.
하루를 재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