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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Feb 01. 2023

클럽

 

흥겨운 음악에 맞춰서 정신없이 춤을 추다 보니 마치     


거친 숨과 뜨거운 땀을 통해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변을 애써 둘러보지 않아도     


눈길을 끄는 남자들이 몇몇 도드라진다.        



그들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에      


은근슬쩍 춤을 이어가며 다가가는데      


뒤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누군가 내 등에 바싹 달라붙는다.          



밀착된 상대의 눅눅하고 끈적한 압박감 때문에      


몸이 경직되고     


저항할 틈도 없이 소름이 돋는다.          



급히 앞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거리를 둔다.



그가 따라오지 못하게      


또다시 내 등에 붙지 못하게      


몸을 홱 돌리며 눈빛에 힘을 준다.          



어처구니없게도


내 취향과는 정반대의 남자가


황당하다는 듯이 서 있다.          



나오는 욕을 참지 않고


손가락을 놀려 대놓고 표현했다.          



남자는 놀란 기색도 전혀 없이     


셔츠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더니     


내 손에 쥐어준다.     



그리곤 연락 기다리겠다는 귓속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클럽에서 나온 후 신고를 하기 위해      


받은 쪽지와 귓속말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며칠 후, 그와 내가 경찰서에서 마주했다.     


경찰은 조금 당황한 눈치다.     


그날은 여성의 모습을 한 '아바타'로 접속했지만      


현실의 나는 사실 남자다.     


그리고 나를 성추행 한 남자 아바타의 주인도 남자였다. 



경찰이 물었다.     


일단 고소를 진행하겠냐고.



나는 고소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연행하듯이 그의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경찰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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