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음악에 맞춰서 정신없이 춤을 추다 보니 마치
거친 숨과 뜨거운 땀을 통해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변을 애써 둘러보지 않아도
눈길을 끄는 남자들이 몇몇 도드라진다.
그들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에
은근슬쩍 춤을 이어가며 다가가는데
뒤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누군가 내 등에 바싹 달라붙는다.
밀착된 상대의 눅눅하고 끈적한 압박감 때문에
몸이 경직되고
저항할 틈도 없이 소름이 돋는다.
급히 앞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거리를 둔다.
그가 따라오지 못하게
또다시 내 등에 붙지 못하게
몸을 홱 돌리며 눈빛에 힘을 준다.
어처구니없게도
내 취향과는 정반대의 남자가
황당하다는 듯이 서 있다.
나오는 욕을 참지 않고
손가락을 놀려 대놓고 표현했다.
남자는 놀란 기색도 전혀 없이
셔츠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더니
내 손에 쥐어준다.
그리곤 연락 기다리겠다는 귓속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클럽에서 나온 후 신고를 하기 위해
받은 쪽지와 귓속말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며칠 후, 그와 내가 경찰서에서 마주했다.
경찰은 조금 당황한 눈치다.
그날은 여성의 모습을 한 '아바타'로 접속했지만
현실의 나는 사실 남자다.
그리고 나를 성추행 한 남자 아바타의 주인도 남자였다.
경찰이 물었다.
일단 고소를 진행하겠냐고.
나는 고소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연행하듯이 그의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경찰서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