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호 Jun 25. 2023

아뿔싸! 시험 보는 아이에게

  어제는 아이가 컴퓨터 활용 능력 시험을 보는 날이었습니다. 지난번에는 '파워포인트'를 취득하였고, 이번 응시종목은 '한글'입니다.

  일어나자마자 긴장되는 얼굴로 떨리고 걱정된다면서 가방에 준비물을 챙깁니다. 방과 후 학습으로 배우고 있는데, 나름 감각이 있는지 친구들보다 빠르게 연습 과제를 마무리한다고 자랑하더니 막상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마음이 콩닥콩닥 거리나 보더군요.

  입맛이 없다고 해서 과일이나 간단히 먹일까 하다가 그래도 속이 든든해야 머리도 잘 돌아가고 힘이 날 것 같아서 가장 좋아하는 국에다가 밥을 말아서 주었습니다. 한국인은 밥심이죠.

  평소 싹싹 그릇을 긁어먹던 모습과 달리 몇 숟가락은 도저히 못 먹겠다면서 남기면 안 되겠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그러라고 하면서 그릇을 치우는데 ‘아뿔싸’ 싶었습니다.


출처 : Pixabay

  챙겨준다고 챙겨준 아침밥이 바로 미역국이었거든요.


  “ㅇㅇ아, 아빠가 미역국을 줬네.”


  그제야 아이도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어쩌지?”


  미신을 믿지 않지만, 제 일도 아니고 아이의 시험이라 괜히 찜찜합니다. 혼자 알고 넘어갔으면 될 일을 입 밖으로 뱉은 말 때문에 후회가 됩니다. (그나저나 생일에 시험이 잡힌 분들은 미역국을 드실까요?)


  결국 저는 과일과 포크, 그리고 냅킨을 준비해서 아이에게 줬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것을 주는 건 지 몰라서 멀뚱멀뚱 있는 아이에게 설명을 합니다.


  “포크로 잘 찍어서 먹고, 냅킨으로 코 한 번 풀어. 모르는 문제는 잘 찍고, 아는 문제는 잘 풀라는 뜻이야.”


  다른 일이었으면 청개구리처럼 까불었을 아이지만 이번에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듣습니다. 그러더니 이러더군요.


  “설마 미역국 먹었다고 시험 떨어지겠어? 열심히 준비했으니 잘 보고 올게. 대신 아빠가 차로 데려다줘.”


출처 : Pixabay


  시험을 끝마치고 나온 아이의 얼굴이 밝습니다. 다행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말 공원 산책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