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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인슈타인, 상대성 시대를 열다

1. 과학, 흔들리는 진리를 따라

by 홍종원
아인슈타인3.png


"결국,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틀을 만든 거네요."


수현의 말에 최 교수는 조용히 웃었다.
"과학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설명하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으로 설명 모델을 만들고,
그 설명 모델로 자연을 이해하려는 시도죠."


뉴턴은 '힘'이라는 개념으로 세상을 설명했다.
그 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질량과 가속도의 관계로 수식화할 수 있었고,
만유인력이라는 개념 역시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작용한다'라고 가정함으로써 물리학의 중심축이 되었다.


뉴턴의 물리학은 단단하고 확정된 시공간 위에서 모든 운동을 설명하려 했다.
그 세계는 예측 가능했고, 수학적으로 계산 가능한 완벽한 기계였다.
그는 마치 신이 설계한 시계를 해석하듯, 자연의 움직임을 풀어냈다.
그래서 뉴턴은 근대 과학혁명의 정점이자, 기계론적 세계관의 완성자였다.


하지만 그 틀 안에는 설명되지 않는 모순도 있었다.
빛은 뉴턴의 법칙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주 빠른 속도, 극도의 중력, 극한의 조건에서는 뉴턴 역학은 더 이상 정확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그 한계에 주목했고, 그 벽을 넘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배경 자체를 수학적으로 다시 구성한 것이다.
그 결과 '누가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시공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전혀 새로운 세계관이 열렸다.


그는 뉴턴을 부정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뉴턴의 법칙을 더 큰 구조 속에 포함시켰다.
빛보다 느린 속도, 중력이 약한 조건에서는 뉴턴의 법칙이 여전히 유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뉴턴은 상대성이론의 특수한 경우다."


즉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틀을 계승하면서도, 그 바깥까지 확장한 인물이었다.
뉴턴이 그린 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끝에서, 전혀 다른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뉴턴의 세계는 제한된 조건에서의 근사치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그 경계를 넘어, 극단적이고 낯선 세계까지 아우를 수 있는 더 크고 정교한 틀이 되었다.


과학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 아니다.
그보다는, 수많은 관측과 실험을 통해 자연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해석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절대적 진리’보다는
현상을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단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실험 결과에 멈추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를 토대로, 시공간의 구조를 완전히 다시 그린 해석의 모델이었다.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자체를 바꾸었다.


수현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이제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아요.
단지 수식을 만든 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완전히 바꾼 거였군요.”


최 교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식어가는 커피잔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카페 안은 고요했다.
하지만 수현의 머릿속에서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이미지들이 조용히 다시 그려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낯선 원리를 말로 설명하려 했던 사람.
빛을 쫓다가 세상의 틀을 다시 그린 사람.


그는 뉴턴의 법칙이 멈춰 선 자리에서,
새로운 우주의 설계도를 꺼내 들었다.
그가 남긴 것은 단지 정답이 아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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