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은 혁신의 상징이다.
그들은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을 극대화한다.
우리의 생활은 점점 더 빠르고 편리해진다.
나 역시 그 변화 속에 있다.
예전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던 일들이
이제는 클릭 몇 번이면 끝난다.
자료 정리, 영어 메일, 글 다듬기까지 훨씬 손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했다.
내 마음 한편에는 설명되지 않는 불안이 자라고 있었다.
모두가 환호하는데, 나는 왜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드는 걸까?
이 변화는 어디까지 갈까.
어디까지를 혁신이라 부르고, 어디서부터 경계해야 할까.
내가 처음 인간형 로봇의 영상을 본 날을 기억한다.
그들은 계단을 자연스럽게 올랐고, 점프했다.
팔로 문을 열었고,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섰다.
그 모습은 인간 같았다.
공장의 로봇팔이나 산업용 기계가 아니었다.
그들은 공장에서 조립하고, 집안일을 돕고, 노인을 부축했다.
때로는 우리보다 더 부드럽고, 더 빠르고, 더 정확했다.
나는 놀랐고, 곧 두려움을 느꼈다.
저들은 어디까지 인간을 대신할까.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남을까.
내가 시대에 뒤처진 것은 아닐까.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닐까.
처음에는 나만 그렇게 느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3년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향후 5년 내 AI와 자동화로 최대 1,4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유발 하라리는 말했다.
“AI는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지 않는다. 대체한다.”
이 말은 단순히 “AI가 우리를 도와준다”는 뜻이 아니다.
예전에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덜어줬다.
트랙터는 농부의 힘을 보강했고, 워드프로세서는 글쓰기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AI는 우리 옆에서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신 일을 한다.
글을 쓰고, 번역하고, 분석한다.
AI 상담원은 고객과 대화하고, AI 의사는 질병을 진단한다.
이제 AI는 인간의 능력을 키우는 보조 장치가 아니다.
인간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존재다.
문제는 이런 경고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AI 혁신이라는 찬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언론은 기술을 팔고, 기업은 속도를 팔고, 정치인은 성장을 판다.
우리 사회는 혁신에 취해 있다.
새로운 것에 열광하고, 빠른 것에 집착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점점 사라진다.
나는 그 점이 두려웠다.
기계는 더 이상 공장의 한 구석이 아니라,
인간과 나란히 걷고, 일하고, 경쟁하는 존재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 문제다.
경제의 문제이고, 사회의 문제이고, 결국 우리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쓰기로 했다.
내 안의 질문을 꺼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을 당신에게도 건네고 싶었다.
같이 고민해 보자고.
정말 우리는 괜찮은가.
정말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정말 우리는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