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의 분배와 사다리, 사회 시스템의 뼈대

by 홍종원

이 챕터에서는 왜 부의 분배와 부의 사다리가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왜 사회 시스템의 기본 뼈대가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는 다음 챕터에서 다룰 주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다음 장에서는 그 뼈대가 인간형 로봇으로 인해
어떻게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것이다.


혹시 이렇게 느낄지도 모른다.
“경제나 기술 이야기는 왜 이렇게 긴 설명이 필요할까?”


맞다.
이것은 어쩌면 경제나 기술 관련 비인문학서의 비극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면, 엄밀한 증명과
그 이론적 토대를 하나하나 풀어내야 하니까.


하지만 부탁한다.
인내를 가지고 읽어 주길 바란다.
이 모든 이야기는 단지 차가운 수치나 구조를 넘어서,
결국 우리의 삶, 우리의 자리, 우리의 미래에 닿아 있는 이야기이니까.




어떤 사회도
개인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한 사람이 아무리 땀 흘려 일하고, 성실히 살아도
그 사람이 속한 사회 전체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사회에는
두 가지 중요한 기둥이 필요하다.


하나는 부의 분배,
다른 하나는 부의 사다리다.


부의 분배는
단순히 ‘돈을 나눠준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작동해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이나 사업에서 일하며 돈을 번다.
그 돈 중 일부는 세금으로 내고,
그 세금은 도로, 병원, 학교, 경찰 같은 공공서비스를 만든다.


그래서 모두가 안전하게 살고,
아플 때 치료받고,
아이들이 배울 수 있게 해왔다.


즉 노동에서 얻은 소득이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연료였던 것이다.


이 구조가 있어야
어떤 사람은 부자고, 어떤 사람은 가난해도
사회 전체가 유지된다.


하지만 분배만으로는
사회가 건강해지지 않는다.
거기에는 ‘부의 사다리’가 있어야 한다.


부의 사다리란,
“나는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어릴 때 교육받고,
열심히 일하고,
좋은 아이디어로 창업도 하고,
그러다 보면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간다.


만약 이 사다리가 사라진다면?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돈, 집안의 힘, 학벌, 인맥이
그 사람의 인생을 영원히 결정한다면?


사람들은 희망을 잃고,
노력하지 않고,
분노하거나 체념하거나,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게 된다.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경고를 준다.


중세 유럽의 봉건제 사회에서는
농민은 대대로 농민이고, 귀족은 대대로 귀족이었다.
노력이나 재능으로 계급을 뛰어넘을 사다리는 애초에 없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는
태어난 계급이 곧 그 사람의 직업, 결혼, 사회적 위치를 정했다.
낮은 카스트의 사람들은 아무리 똑똑하고 노력해도
상위 카스트로 올라갈 길이 막혀 있었다.


남미의 일부 국가들에서는
빈민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교육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범죄나 비공식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부유층과의 격차가 수세대에 걸쳐 고착되었다.


최근의 미국과 한국에서도
주택 가격 폭등, 학력·인맥 중심의 취업 시장,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 기회와 사회적 성공을 결정하면서
사회적 이동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이 모든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난 일은
분배의 실패, 그리고 사다리의 붕괴였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분배와 사다리의 구조가
‘노동’을 전제로 작동해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한다.
노동에서 소득을 얻고, 그 소득이 세금으로 환수되고,
그 세금이 사회 전체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일한다.
그 일에서 배운 경험, 실력, 아이디어로
더 나은 자리, 더 나은 기회로 올라간다.


부의 분배와 부의 사다리는
결국 노동 위에 세워진 사회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제
인간형 로봇, AI, 자동화라는 거대한 변화가
노동의 전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묻게 될 것이다.


노동이 사라진 사회에서,
분배는 어떻게 설계될 것인가?
사다리는 어떻게 다시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생산성의 축제가 아니라
사회 붕괴의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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