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차 산업혁명: 증기기관과 인간의 손

by 홍종원

18세기 후반, 영국
뜨거운 증기가 세상을 바꿨다.
방직기를 돌리고, 광산의 물을 퍼내고, 기차를 달리게 했다.
증기기관은 인간의 근육을 대체했다.
그 순간,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마을의 작은 집에서 옷감을 짜던 가족들은 공장으로 몰려갔다.
가내수공업은 사라졌다.
이제 거대한 기계가 실을 뽑고 천을 짜냈다.
한 명의 노동자가 수십 대의 방직기를 돌렸고,
기계는 밤낮없이 돌아갔다.


인간의 리듬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었다.
기계의 속도가 인간의 기준이 되었다.
쉬는 시간도, 일하는 시간도, 기계에 맞춰졌다.
아버지는 장인의 손을 잃었고,
어머니는 가족과 일하던 시간을 잃었다.


아이들마저 공장에 갔다.
작고 여린 손이 좁은 기계 틈새로 들어갔다.
어린 몸은 기계보다 빠르고,
그 대가는 종종 손가락이나 생명이었다.


도시는 부풀어 올랐다.
런던, 맨체스터, 버밍엄.
좁은 골목, 더러운 하수, 끝없는 연기.
사람들은 시골을 떠나왔지만, 도시는 그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일했다.
하루 14시간, 16시간.
그들의 땀은 공장을 돌렸고,
공장의 이익은 소수에게 갔다.


공장주들은 혁신을 말했다.
정치인들은 발전을 말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점점 무너졌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누군가 망치를 들었다.
그들은 기계가 아니라,
기계에만 웃어주는 세상에 맞섰다.


루다이트.
익명의 이름 아래 모인 이름 없는 사람들.
망치로 기계를 부수며 외쳤다.
"우리의 노동을 돌려달라"


국가는 그들을 폭도로 불렀고,
군대가 투입되었다.
기계 파괴는 사형.
많은 이들이 교수형에 처해졌다.
마을에는 공포만 남았다.


그러나 역사는 단순한 폭도로만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질서에 저항했다.


그리고 마침내, 사회는 조금씩 움직였다.
아동노동 금지, 노동시간 제한,
공중보건 개선, 초기 복지의 싹.
산업혁명이 던진 물음은 복지의 첫걸음을 만들었다.


1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질문을 남겼다.
기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기술은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작가 미상의 『사라진 아이들』 중에서


때는 1835년, 런던 동쪽의 빈민가.
안나는 열 살이었다.
그날 아침, 공장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안나는 단단히 묶은 천 조각을 발에 감고 거리를 뛰었다.
신발은 이미 오래전에 찢어졌고,
새 신발은 엄마가 죽은 뒤로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다.


"빨리, 안나!"
앞서 달리던 오빠 루크가 소리쳤다.
면방직 공장으로 들어가는 뒷문이 곧 닫힐 참이었다.
지각하면 하루치 임금이 깎이고,
운이 나쁘면 아예 쫓겨났다.


공장 안은 어둡고 습했다.
수십 개의 방직기가 덜컥 덜컥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안나는 몸집이 작아 가장 위험한 일을 맡았다.
방직기 아래 기어들어가 끊어진 실을 묶는 일.
기계는 멈추지 않았고,
실수가 생기면 손가락은 그대로 잘려 나갔다.


점심은 물에 푼 귀리죽 한 그릇.
애들은 철제 바닥에 쪼그려 앉아 식사를 했다.
한 소년이 말했다.
"너 내일 안 나오면, 손가락 잘린 거라더라."


안나는 웃지 않았다.
그저 손을 내려다봤다.
검댕에 절여진 손,
얼굴보다 큰 방직기 속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손이었다.


그날 밤,
공장에서 돌아오던 골목 어귀,
지붕 없는 오두막 안에서
안나는 오빠와 몸을 맞대고 누웠다.
찬 공기가 뼈마디까지 파고들었고,
배는 꼬르륵 소리를 냈다.


"루크, 내일은 따뜻할까?"
안나는 속삭였다.


루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작은 숨소리만 들렸다.




이 소설은 19세기 산업혁명기 영국의
빈민가 어린이들이 겪은 극한의 노동과 삶을 그린 가상의 기록 문학이다.


이 소설은 실제 역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특히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는
고아원과 작업장의 비참한 현실,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감내해야 했던 굶주림과 폭력을 생생히 보여준다.


또한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메리 바턴』에서는
맨체스터 노동자 계급의 생활고와 파업,
가족의 붕괴를,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에서는 실제 조사와 보고를 통해 산업혁명기 도시의 위생 문제, 주거 환경, 노동 착취를 고발했다.


이런 작품들은 당시의 영광스러운
'기계 혁명' 이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고 파괴되었는지를 알려 준다.
특히 어린이 노동은 단순히 경제적 생존 수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묵인한 착취 시스템의 상징이었다.


이 같은 가상의 이야기들은 역사 속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아이들이 겪는 공포와 슬픔,
그릭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희망을 오늘날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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