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현재 진행 중인 산업혁명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인간형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여
사회 시스템의 붕괴를 불러올 위험,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 산업혁명에는
불편한 진실들이 몇 가지 더 숨어 있다.
나는 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어떤 이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어렴풋이 직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고는
한 번으로는 마음에 새겨지지 않는다.
여러 번, 여러 목소리로 우리에게 들려야만 한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미래 세대의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더 이상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일부 국가의 GDP를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경제와 정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애플의 연간 매출은 약 3,940억 달러.
같은 해 핀란드의 GDP는 약 2,970억 달러,
포르투갈은 약 2,690억 달러,
그리스는 약 2,400억 달러,
뉴질랜드는 약 2,050억 달러였다.
이제 애플 한 기업의 매출이 중견 국가 여러 곳의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시대다.
이들은 단순한 시장 플레이어가 아니다.
국제 협상이나 정책 결정에서
국가와 동등한 목소리를 내거나,
때로는 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제 권력은 미래 예측 능력과 결합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자는
자원 배분, 기술 혁신, 시장 선점 같은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그 결정을 통해 더 강력한 권력을 쥔다.
문제는 이 예측 능력이 모두에게 열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투자회사 블랙록은
'알라딘'이라는 거대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금융 시장을 실시간으로 읽고 예측한다.
이 플랫폼은 약 21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 운용에 기여하며,
소수의 초거대 기관만이 다룰 수 있는 수준의 자본과 기술로 움직인다.
일반 대중, 중소기업, 소규모 투자자는
이런 예측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
이는 새로운 권력 불균형을 만든다.
정보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예측할 수 있는 자와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자 사이의 격차.
자크 아탈리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것인가』에서
"미래 예측은 소수만의 도구로 남을 가능성이 크며,
예측 능력을 가진 자들이
과거의 성직자, 군인, 정치인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정보와 지식이 새로운 권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정보 독점은 경제적 기회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까지 좌우할 것이며,
그로 인해 새로운 엘리트 계층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경고들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빅데이터와 AI는 일부 기업에 집중되고,
그 기업들은 정치적 결정, 사회적 흐름,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새로운 권력자가 되었다.
AI 기술의 불평등
AI 기술의 불평등도 심각하다.
AI 개발은 막대한 자본, 인재, 인프라가 필요한 영역이다.
구글 딥마인드, 오픈 AI, 메타,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은 초거대 AI 모델을 만들 수 있지만,
소규모 기업이나 저소득 국가들은 그럴 수 없다.
이 불평등은 단순한 기술 격차로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초고속 트레이딩을 활용하는
대형 금융기관들은
밀리초 단위의 거래 속도로 시장을 선점해 수익을 올리지만,
소액 투자자들은 이런 속도 경쟁에 접근조차 못 한다.
AI 기반 의료 진단, 신약 개발, 맞춤형 교육,
자동화 농업 등도 결국 자본과 데이터가 있는 곳에서만 빠르게 발전한다.
접근성이 없는 개인, 지역, 국가는 뒤처지고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빅데이터 불평등
빅데이터는 또 다른 얼굴의 권력이다.
검색 기록, 위치 정보, SNS 활동, 소비 패턴까지
빅테크 기업들은 개인의 삶을 거의 모든 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타카 사건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대표 사례였다.
페이스북 사용자 약 8,700만 명의 데이터가 동의 없이 수집되었고,
그 데이터는 2016년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
선거 캠페인을 맞춤화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데 사용되었다.
정보를 가진 자는, 개인의 의사결정에까지 침투할 수 있다.
미래 예측 불평등
미래 예측 기술은
기후 변화, 전염병, 금융 위기 같은
글로벌 리스크에서도
국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불루닷(BlueDot)은
COVID-19 확산을 정부보다 먼저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능력은 소수의 기술 기업만이 가지고 있다.
결국 미래 예측 능력은
자본, 권력, 영향력의 집중을 가속화한다.
이 집중을 방치하면,
대다수는 소수가 설계한 미래 속에서
수동적으로 생존을 맞이하게 된다.
부유한 기업과 개인은 AI와 빅데이터로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대중과 중소기업은 그 정보 격차 속에서 밀려난다.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민주주의적 공론장은 약화된다.
우리는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데이터는 공공의 자산이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는 공공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 접근 보조,
투명성을 강화를 통해
미래 예측 능력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핀란드는 공공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
사회 불평등 완화에 기여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이처럼 공정한 접근권,
공정한 분배,
공정한 참여는
AI 시대의 새로운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
기술의 진보는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권력의 집중은 설계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누가 미래를 지배할 것인가?
그리고 그 미래에, 우리는 어떤 자리에 서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