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미상의 『새로운 세대』 중에서
2045년 어느 날, 엘라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입구에서 로봇 동료 아론과 리아가 가볍게 인사했다.
아론은 데이터 분석을, 리아는 법률 검토를 맡고 이었다.
엘라는 인간 고객과의 협상, 기획 초기의 아이디어 회의,
그리고 로봇이 아직 감당하지 못하는 돌발 상황을 처리하는 역할이었다.
엘라의 세대는 어릴 때부터 AI 로봇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학교에서 AI 코딩을 배우고, 로봇의 윤리와 한계에 대해 토론하며 자랐다.
엘라의 동료들 중 일부는 AI 시스템 개발자가 되었고,
또 다른 일부는 엘라처럼 AI 활용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엘라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몇 달 전 회사를 나왔다.
예전에는 데이터 입력과 관리 일을 하셨지만,
그 일 대부분이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대체된 후였다.
"새로 배우면 되지 않겠어?" 엘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파이썬? 머신러닝? 내가 그걸 어떻게 배우냐.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한텐 한 문장, 한 단어가 벽이야."
옆에서 어머니가 전화를 바꿔 받았다.
"그래도 너 같은 애들은 괜찮지 않니?
공부 많이 했잖아. 로봇 다루는 거 알잖아."
엘라는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대답했다.
"응... 그런데 엄마, 이젠 인간이 뭘 잘하는 지도 점점 애매해지고 있어."
어머니는 잠깐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넌 회사에서 사람들을 만나잖아.
그래도 인간적인 게 필요하지 않겠니?"
엘라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엄마, 우리 팀은 다 로봇이야.
내가 맡은 건 사람 감정이 아니라, 로봇들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들이야."
전화기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
어머니는 더 묻지 못했고,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바꿨다.
"우린 열심히 일하면 되는 줄만 알아거든.
지금 너네가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일인지 상상도 안 간다."
엘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로봇과 함께 일하고, 로봇과 경쟁하며, 때로는 로봇을 가르치는 일.
그 세상을 설명하기에는
부모가 살아온 시간과 지금의 간극이 너무 멀었다.
퇴근길, 엘라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녁빛 속에서 청소 로봇들이 거리를 쓸고 있었고,
전광판에는 AI가 쓴 뉴스 헤드라인이 흘러가고 있었다.
엘라는 생각했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세상의 언어로 살고 있다.
그걸 번역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세대는 지금 우리가 상상조차 어려운 세상에서 살아간다.
그들에게 로봇은 낯선 존개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AI와 대화하고,
로봇과 놀이하며 자랐다.
학교에서 지식은 외우지 않는다.
지식은 AI가 이미 다 가지고 있다.
대신 그들은 상상하고, 기획하고, AI와 로봇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
일터도 달라졌다.
카페에는 무인 로봇이 주문을 받고,
부엌에서는 로봇 셰프가 요리를 한다.
물류, 금융, 디자인, 창작.
이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 분야가 너무나 많다.
이들은 그 안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찾는다.
로봇을 설계하거나, AI를 훈련시키거나,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수백 대의 로봇을 움직이고,
몇 명만 모여도 세계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미래가 마냥 밝기만 한 건 아니다.
부의 분배와 사다리가 설계되지 않는다면,
기술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는 상상 이상으로 벌어진다.
기술을 가진 소수는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그 외의 다수는 실업자로 전락해
국가로부터 생계비나 기본 소득만으로 겨우 살아가는 처지에 놓일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언제나 불안 속에서도 균형을 찾아왔다.
복지, 교육, 연대, 규제.
이것들이 새롭게 설계된다면,
새로운 세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창의적이고,
독립적이며,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새로운 세대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사회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직 쓰이지 않은 그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 우리 손끝에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