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4차 산업혁명: 인간 없는 혁명

by 홍종원

우리는 지금 4차 산업 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다.


언론은 매일 새로운 기술들을 쏟아낸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5G,
자율주행차, 3D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에너지 저장, 퀀텀컴퓨팅.
모두가 세상을 바꾸는 혁신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 중 정말 우리 삶을 뒤흔드는 건 무엇일까.


빅데이터는 세상의 방대한 정보를 읽고,
그 안에서 보이지 않던 패턴을 찾아낸다.


사물인터넷(IoT)은 기계와 기계를 잇고,
실시간으로 서로의 데이터를 주고받게 한다.


블록체인은 거래의 신뢰를 높인다.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지울 수 없는 기록으로 남긴다.


5G는 속도를 높인다.
더 많은 기기가, 더 빠른 속도로, 끊김 없이 연결된다.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길을 읽고,
사람 없이도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3D프린팅은 설계에서 생산까지를 압축한다.
한 번의 출력으로 형태가, 그리고 기능이 완성된다.


나노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들어간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크기에서, 물질의 성질을 바꾼다.


바이오기술은 생명의 경계를 확장한다.
유전자를 편집하고, 질병을 고치고, 생명을 다시 설계한다.


에너지 저장은 전력을 모았다 풀며,
더 효율적인 세상을 만든다.


퀀텀컴퓨팅은 기존 컴퓨터로는 풀 수 없던 문제에 새로운 계산의 문을 연다.


그러나 이들만으로 인간의 자리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문제는 AI와 인간형 로봇이다.
AI는 판단하고,
인간형 로봇은 행동한다.
이 둘이 결합하면,
인간은 더 이상 필요 없는 노동력으로 밀려난다.


MIT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은 말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인간과 경쟁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노동자다."


우리는 이미 그 증거들을 보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은 계단을 오르고, 점프하며 물건을 나른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공장에서 조립과 운반을 한다.
의료용 AI는 의사 수준의 진단을 하고,
콜센터의 AI는 고객과 대화한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이 기술들이 인간 없는 산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산업이 어디로 향해 가든,
우리는 그곳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번 혁명이 처음부터 '혁명'으로 불렸다는 사실이다.


1, 2, 3차 산업혁명은
그 당시에 '혁명'이라는 이름조차 없었다.
나중에서야 역사가들이 그 변화를 인식하여 붙인 이름이었다.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은
지금 자신들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1차 산업혁명의 사람들은
증기기관이 일자리를, 도시를, 사회구조를, 세상을 바꿀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


2차 산업혁명의 노동자들은
전기와 대량생산이 사회 전체의 질서를 다시 짤 것이라 몰랐다.


3차 산업혁명에서도
컴퓨터, 인터넷, 정보통신 기술은 편리한 발명품으로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다르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슈밥은 동명의 저서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혁명은 기술의 속도, 범위,
그리고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어느 산업혁명보다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변화가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거대하다는 걸 알았다.
전 세계 정부, 기업, 학계가 입을 모아 그 영향력과 위험을 경고했다.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문제는, 알고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기술이 아니라,
이 사회를 이끌어온 인간에게 있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돌아보자.


그 시기에도 기술은 발전했고,
그 발전은 사회의 구조를 바꾸었으며,
그 변화 속에서 일자리의 모습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어떤 사람은 실업자가 되었고,
어떤 사람은 변화에 맞서 살아남았다.
나는 이 세대를 '전환기 세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뒤에 오는 세대,
이미 기술과 사회 구조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은 뒤 태어나
그 변화가 너무나 당연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새로운 세대’라고 부른다.


전환기 세대는,
스스로가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는 걸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 모습을 보면 언제나 떠오르는 비유가 있다.



뜨거운 물에 담긴 개구리 실험.


물을 조금씩 데우면
개구리는 온도가 점점 높아지는 걸
인식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다가
결국 죽고 만다.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그 변화는 갑자기 몰아치지 않는다.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사람들을 둘러싼 환경을 바꿔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서 있는 땅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제때 알아채지 못한 이들은
어느 순간 무너진다.


그런데 이번 4차 산업혁명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점이 있다.
이미 선언되었다.
“우리는 지금, 전환기 한가운데 있다.”


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자기 일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술과 사회 구조에 적응하고 배우려는 이들이다.


반대로,
지금의 내 일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들은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그 변화에 갇혀 결국 일자리와 미래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전환기의 당신,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낯선 변화를 마주하고, 배우고 적응해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 앞에 놓인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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