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미상의 『필요하지 않은 세대』 중에서
마크는 서류철을 정리하며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의 자리는 이번 달 말까지였다.
"우린 당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난달, 회사의 통보 메일은 그렇게 시작했다.
담당하던 자료 검토 업무는 이제 AI 시스템이 자동 처리했고,
보고서 작성과 분석은 AI 어시스턴트가 대신했다.
동료 중 절반이 떠났다.
나머지 절반도, 언제까지 버틸지 몰랐다.
마크니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 구직 사이트를 열었다.
뜨는 건 온통 데이터 엔지니어, 머신러닝 전문가, 로봇 유지보수 기사.
그는 마흔넷이었다.
예전에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다를 줄 알면 능력자로 불렸지만,
지금은 파이썬도, SQL도, 클라우드도 모르면 "시작도 못 하는 사람"이었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며 재교육 과정을 검색했다가,
결국 화면을 꺼버렸다.
몇 개월치 생활비를 빼서 공부에 투자할 만큼 인생은 단순하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부모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괜찮니? 요즘 젊은 애들은 IT 배워서 다들 금방 새로 취직하더라."
마크는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어쩐지 낯설고 쓴 맛이 났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길 건너편, 퇴근하는 사라들 사이로
로봇 청소기가 보도를 청소하고 있었다.
마크는 문득 생각했다.
"이제, 나 말고도 일할 줄 아는 존재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알 수 없는 쓸쓸함이 가슴에 내려앉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우리가 바로 '필요하지 않은 세대'다.
어린 시절,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든 세상에서 자랐다.
사람이 전화를 받고, 사람이 물건을 포장하고,
사람이 데이터를 정리했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에는 로봇 청소기가 보도를 쓸고,
AI 비서가 회의 일정을 잡고,
자동화 시스템이 주문을 처리한다.
부모 세대는 이 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회사는 다녀야 하는 것"이고,
"젊은이들은 노력하면 어디서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예전에 3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세대였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세상을 바꿨던 바로 그 세대.
그리고 그중 일부는 3차 산업혁명 초기의 전환기 세대를 기억한다.
나는 기억한다.
한때는 종이에 글을 써서 "이거 컴퓨터로 쳐줄래?"하고 내밀던 사람들이 있었다.
컴퓨터 화면 앞에서 손을 떨며,
마우스를 어디에 올려야 할지 몰라 당황하던 얼굴들.
그들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라도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그런데, 어느덧 나 자신이 4차 산업혁명의 전환기 세대가 되었다.
AI가 글을 쓰고, 인간형 로봇이 업무를 맡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세상을 설계하는 시대.
나는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는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어떤 모습으로, 어떤 목소리로, 우리를 이야기할까.
그 질문 앞에서 조금은 떨린다.
새로운 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처음부터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세상에서 태어난다.
공감과 감정보다는 속도와 효율이 더 중요한 일터에서 자란다.
그리고 우리, 전환기 세대.
우리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걸 처음 목격하는 세대다.
어제까지 필요했던 전문성이 오늘은 필요 없어지는 걸 온몸으로 경험하는 세대다.
지금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이 사회에서 가진 자리는 무엇인가?
인가은, 나는, 여전히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 세대'의 고통은 단순히 재교육이나 직업 전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의미에 대한 문제다.
내가 가진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 모든 것이 무너질 때
나는 여전히 나로 남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 세대의 이야기다.
전환기의 세대는 언제나 혼란 속을 걷는다.
기술은 어디까지 나아갈지,
기술과 경제의 균형은 어디서 흔들리고 어디서 멈출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시절.
그건 1, 2, 3차 산업혁명을 거친 이들이 우리에게 남긴 가르침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물살 한가운데 서 있다.
다음 시는 그 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내는 마음이다.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앞이 보이지 않아 불안할 때,
적어도 이 말만큼은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당신에게
내일이 두렵다는 말을,
너는 너무 오래 혼자 삼켜왔지.
길이 끝난 것만 같은 날에도
달빛은 여전히 창가에 머물고,
바람은 너를 스치며
"괜찮아"라고 속삭였을 텐데.
너는 그걸 들었을까.
우리, 여기 있어.
너의 무거운 마음 곁에서,
숨죽인 눈물 옆에서,
말없이 함께 있어.
길이 없다고 느낄 때면
누군가는 불을 켜주고,
누군가는 손을 내밀고,
누군가는 네 옆에 조용히 앉아
함께 그 밤을 견딘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불안한 마음 끝에는
우리라는 이름이 있다.
그러니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괜찮아, 내디뎌 봐.
네 곁에는, 우리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