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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Nov 29. 2018

259 『곰』 - 윌리엄 포크너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미국소설


⭐⭐⭐⚡
p148
세상이 물에 잠길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노아의 손주들이 홍수를 유산으로 물려받았듯, 그 역시 이 시절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은 그 두께와 질량이 일정한 파이프를 떠올리게 한다. 그 내부에는 이야기로 형상화된 작가의 정신이 일정한 속도로 흐른다. 

거대한 곰 올드벤에서 비롯한 공포, 용기, 만용, 경이 등의 감정이 묻힌 땅 위에 인디언과 백인, 흑인이 살고 일구고 죽고 돈과 삶이 흐드러지며 대를 잇고 목공소와 콘크리트와 철길이 새로 놓인다.

포크너의 소설 아니랄까봐 묵직한 문장들이 더디 읽게 하지만 모아졌다가 흩어지고 다시 압축적으로 모이는 땅 위의 삶에 대한 경험과 기억, 기록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떤 욕망과 열망이 헛되게 보이다가도 인간의 근원처럼 느껴져서 탄식하게 된다.

p202
라이언과 샘은 땅속에 갇힌 것이 아니라 땅속에서 자유를 찾았으며, 땅속에 누운 것이 아니라 땅의 일부가 되었다. 무수한 부분을 분해 되었지만 그 무수한 부분 하나하나가 흩어져 사라지지 않고, 나뭇잎과 잔가지에서 티끌로, 공기와 태양과 비에서 이슬과 밤으로, 도토리에서 참나무와 나뭇잎으로 그리고 다시 도토리로, 어둠에서 새벽으로, 다시 어둠으로, 또다시 새벽으로, 계속 바뀌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은 채, 무수한 부분들이 모여 하나가 되고 잇었다. 그리고 올드벤, 올드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올드벤에게 발을 돌려줄 것이었다. 틀림없이 돌려줄 것이었다. 그러면 그 기나긴 도전과 기나긴 추적도 끝나, 쫓기고 분노하는 마음도, 찢기고 피 흘릴 살도 없어질 것이었다.

p.s. 한 장이 열 장 같은 포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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