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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Jun 04. 2021

세계 10위권 대학

대학 살사들 이야기, 밀려나는 대학

얼마 전 ㅇㅇ대학 총장의 인터뷰를 TV를 통해 우연히 보게 되었다.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이 목표라 했다.

대학의 목표가 세계 10위권이라고?


언제부터인가 우리 대학들은 세계 몇 위가 목표가 되었다.

세계 속에서 경쟁이 가능한 대학으로 우리 대학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높이 평가할 일이다.

러나,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몇몇 기관에서 하는 평가 순위가 정말 그 대학의 현재 치를 대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 2만 정도의 대학이 존재하며, 우리나라에도 약 420개의 대학이 있다. 대부분이 상위권 대학 진입을 바라겠지만, 유독 아시아권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대학들이 순위에 민감해 보인다.

1등을 중시하는 풍조에 언제 어디에서나 top이 되어야 성이 찬다.




미국의 작은 도시 대학 가에서 몇 년간 지낸 적이 있다.

대학 풋볼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에, 8만여 명을 수용하는 대학 풋볼 경기장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경기장은 들어 자리 없이 꽉 메워지고, 주변은 물론 동네 골목마다 온통 텐트와 피크닉 의자로 뒤덮인다. 중계방송을 틀어놓고 바비큐를 구가족 친구들과 길거리 파티가 한창이다.


그들이 사는 집 한쪽엔 대학 깃발이 일 년 내내 걸려있다.

그 대학 출신은 물론이고, 강의 한번 들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대학 옆에 사는 것만으로도 깃발을 걸어둘 이유가 충분한 모양이다. 동네 월마트에 대학 마크가 새겨진 맥주컵, 농구공, 자동차 번호판스티커가 즐비하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마크가 커다랗게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꼬마 아이들도 마크 선명한 컵에 음료를 마시며 즐거워한다. 홈커밍데이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날이면, 환호하는 사람들의 행렬과 외침으로 작은 도시가 또 한 번 시끌하다.


가족과 함께한 여행길, 주(state) 경계를 여러 개 지나 이틀 동안 스무 시간을 넘게 운전해 도착한 옐로스톤 공원의 깊숙한 골짜기에서도, 차에 붙인 대학 스티커를 보며 반가운 구호를 외치는 사람이 있어 놀라기도 했다.

 

세계 순위는 까마득하고, 미국 내 순위도 100위권 밖에 있는,

그들의 대학은 이방인인 나의 눈에도 '한없이 사랑받고, 존중받는, 친숙한 최고의 대학'으로 보였다.




우리 대학은 수월성을 쫒고 있다.

학문의 수월성은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목표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대학의 수월성 추구는 때로는 위험해 보인다. 대학은 고학력으로 무장한 개개인이 모여 만든 집단이다. 이러한 영향력 강한 집단의 수월성 추구는 '공공선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자칫 '집단 이기주의로 변질'시켜, 오히려 우리 사회발전의 저해가 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추구하는 목표를 함께하면 동료라 하여 끌어안고, 달리하면 적이라 부르며 밀어내는 모습을 주 보게 된다.


나는 우리 대학이 사람들로부터 밀려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까이는 주민들과 우리 국민, 나아가 세계시민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그런 대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우리 대학은 아직, 동문들의 마음조차 충분히 얻지 못한 것으로 느껴진다.


나는 우리 대학이

학문의 수월성은 끝없이 추구하면서도,

사랑받고 존중받는 친숙한 대학목표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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