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삶이 준 가장 고운 선물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

by 아우름언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 혜화여중에 입학하면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던 저는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체육 선생님이셨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운동부에 들어가게 되었고, 시합이 있을 때마다 학교 대표 선수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반에서 함께 운동하던 친구와도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그 친구는 제 인생에 처음으로 생긴 ‘베스트 프렌드’였습니다. 키는 작았지만 초등학교 때 농구선수로도 활약했을 만큼 운동을 잘했고, 제가 ‘소울 메이트’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된 것도 그 친구를 통해서였습니다. ‘영혼이 닿는 친구’라는 말의 의미가 마음에 와닿았고, 자연스럽게 책과도 가까워졌습니다. 말수도 적고, 표현에 서툴렀던 제가 그 친구를 통해 서서히 제 마음을 알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집이 같은 방향이라 함께 버스를 타고 등하교하면서 우리는 더욱 친해졌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면서도 감성이 풍부했던 우리는, 바닥에 배를 깔고 밤새 시험공부를 하고, 시를 외우며, 예쁜 글씨와 그림으로 만든 ‘비망록’을 서로 자랑하고 나누기도 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친구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고 적극적인 성격이었고, 저는 여전히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며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시절의 우정은 지금도 가장 깊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반이 달랐고 교실도 층이 달라 자주 보진 못했으며, 같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전공이 달라 또다시 각자의 삶을 살게 되었지만, ‘친한 친구’라는 마음은 한 번도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친구였고,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함없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산에 있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갔습니다. 그에 반해 저는 여전히 싱글로, 일에 파묻혀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죠. 그래도 가끔은 서로 안부를 전하며, 서로의 삶을 응원해주었습니다.


IMF로 동업하던 벤처기업이 무너지고 무일푼이 되었을 때, 저는 과테말라로 떠날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비행기 표를 살 형편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내어 부산으로 내려가 오랜 친구들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친구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분명 열심히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내 현실이 너무 억울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에게 친구들은 따뜻한 위로와 함께, 여행 경비로 500만 원을 선뜻 내주었습니다. IMF 시기였던 그때, 그 큰 금액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을 텐데, 친구들의 진심 어린 마음에 저는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은둔하듯 미용기술을 익히며 지내다가, 거제도로 이사하면서 다시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참 멋지게 성장해 있었습니다. 한 친구는 남편과 함께 부산 남천동에서 유명한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있었고, 또 다른 친구는 남편을 성실히 내조하며 성당에서 봉사하는 아름다운 신앙인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 길을 돌아 현재는 미용사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친구들 앞에서 초라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들만큼 부유하거나 눈에 띄는 성공을 이루진 않았지만, 예전의 나로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책을 읽고, 꾸준히 글을 써나갔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시시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면을 더 깊고 단단하게 채우며, 저 역시 자랑스러운 친구로 기억되고 싶었습니다.


저를 성장하게 해주고,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저는 오늘도 힘차게 제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함께해주는 친구의 존재야말로 삶이 준 가장 큰 선물임을 잊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비교가 아닌 격려로, 경쟁이 아닌 응원으로 이어지는 우정의 가치를 끝까지 지키기로 다짐했습니다.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는 친구들과 함께, 저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성장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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