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그러나 반드시 전해지는 것

더 높은 꿈을 위해

by 아우름언니

돌이켜보면, 저는 그리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사실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고, 고치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저희 회사 부장님은 부산 영도 출신이셨습니다. 서울 중심지에 있었던 게임 회사에서, 낯선 서울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 생활하셨던 부장님은 사투리를 그대로 쓰는 저를 귀엽게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께서 컵에 반쯤 담긴 물을 가리키며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성향의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아직 반이나 남았네?’라고 하지.”

그리고 보다 나은 성장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당시 저에겐 처음 듣는 말이었고, 그 말씀이 제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마치 저에게 꼭 해주고 싶은 충고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20대 초반이었고, 웃음이 없는 사람이기보다는 그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하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의 모습이 타인에게는 부정적으로 비쳤을 수도 있었겠지요. 부장님의 말씀은 아마 그런 저의 태도에 대해 간접적으로 건네신 조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인지, 바로 위 상사였던 과장님에게서 약간의 견제를 받고 있었습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서울 토박이인 과장님에게 저의 말투나 태도가 낯설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또, 부장님께 귀여움을 받았던 것도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변화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게임 회사라는 혁신적인 산업 분야에 있었지만, 직장생활의 기본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습니다. 상사와의 관계, 동료들과의 협력, 업무에 대한 태도—결국은 모두 사람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진심과 태도가 부정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뿐 아니라, 제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이러한 저의 모습이 계속 저를 발목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는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마주보기로 했습니다.


그 당시 저의 목표는 ‘과장님께 인정받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제 자신을 위한 첫 과제였고, 그래서 어떻게든 조용히, 묵묵히, 제 방식으로 그 상황을 이겨내고 싶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저의 진심을 보여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과장님은 어릴 적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거의 쓰지 못하셨고, 프로그램과 하드웨어 개발 업무는 예민한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기에, 저는 과장님의 기분이나 신호를 세심히 관찰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엔 과장님의 책상을 정돈하고, 출근 시간에 맞춰 과장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준비해 두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 작은 정성과 마음이 과장님과의 관계를 조금씩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것은 저만의, 사회생활 첫 단계에서 마주한 첫 도전이었습니다.


저는 늘 생각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모든 게 꼬일 수 있다고. 특히 직장에서는 능력만큼이나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색하고 서툴더라도 제 방식대로 다가가려 노력했습니다. 끝까지 살갑게 대하지는 못했지만, 부산 사람 특유의 묵직함과 무던함으로 결국 과장님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 흐르고, 저는 저를 붙잡던 회사를 당당하게 떠났습니다. 더 큰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의 저는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매 순간 진심을 다했고, 더 나은 결과와 더 높은 꿈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실패도 있었지만, 저는 그 모든 실패들이 지금의 저를 단단하게 해준 밑거름이라고 믿습니다. 누구에게나 시련과 고통은 피해갈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럴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주저앉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신도 몰랐던 힘, 창의력과 의지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 힘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되어 줍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내면을 깊고 단단하게 다듬기 위해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아직도 제게는 반드시 이루고 싶은, 더 높고 단단한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누구보다 바쁘고, 설레며, 행복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진심은 언젠가 반드시 전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큰 힘은 화려한 말이 아니라, 조용히 쌓아가는 진심이라는 걸 잊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 성실히 저 자신을 다듬으며, 결국 저를 원하는 자리로 이끌 수 있도록 묵묵히 걸어가기로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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