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진정한 휴식시간은
‘진정한 휴식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쌓는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저는 ‘나를 생산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말에 더 편안한 안도감을 느끼고, 아마도 그것은 저에게 책 읽기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또 하나의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인 듯하며, 미용 일을 하다 보면 손님이 없는 시간이 종종 생기고 그럴 때마다 저는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면서, 어느 순간 책 읽기가 생활의 패턴이자 또 하나의 ‘업무’처럼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엄마를 제외하고는 모두 술을 즐기는 편이라 술자리가 익숙한 분위기이고, 술에 가장 약했던 오빠는 이제 거의 술을 끊었지만 술에 강한 여동생은 여전히 술을 즐기고 있으며, 저는 술을 좋아하지만 독주는 못 마시고 맥주만 마시는 타입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주고, 특히 제가 좋아하는 특별한 음식과 함께한다면 그 시간은 저에게 천상 같은 행복한 순간이 되며, 그때만큼은 평소의 답답한 나를 벗어나 아주 자유로운 상태가 되는 기분이 듭니다.
항상 계획적으로 사는 저는 흔히 말하는 ‘트리플 A형’에 가까워서인지 가끔은 그런 계획과 몰입에서 탈출할 수 있는 통로가 절실하게 필요했고, 학생일 땐 수많은 과제와 작품을, 직장 생활 땐 밤샘을, 미용 일을 하면서는 끊임없는 연습과 교육을 이어왔으며, 그렇게 늘 저는 제가 하는 일에 몰두해 있었기에 열정 뒤에 주어지는 하루는 온전히 저만의 날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쉬는 날이 오면 친구들이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맥주와 음식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마음껏 즐기고, 그다음 날은 ‘하루가 없는 날’로 정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날로 만들었으며, 습관이 된 듯 지금도 미용 일을 하면서 이런 날은 꼭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고, 매주 월요일이 쉬는 날이지만 한 달에 한 번은 미용 봉사를, 두 번은 부산에 계신 엄마를 뵙는 날로 정하고, 남은 마지막 월요일은 온전히 저만의 날로 보내며, 전날 저녁부터 영화와 맥주, 그리고 싱싱한 회를 곁들인 저만의 시간을 통해 빡빡하게만 느껴졌던 제 인생에 작은 보상을 건네주듯 자신을 다독이곤 합니다.
많은 분들이 회에는 소주라고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맥주밖에 못 마시고, 그렇게 나만의 특별한 밤을 보낸 다음 날은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며 저를 방치하는데, 자다가 깨면 TV에서 OCN을 틀어놓고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다 다시 잠이 드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며 가끔은 이런 시간이 있어야 마음이 개운해지고,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하며,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고 나면 신기하게도 다음 날엔 새로운 활력이 피어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진정한 휴식을 느낄 수 있다면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누군가의 말에 크게 위로받았고, 한편으로는 이런 방식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죄책감도 들지만 ‘가끔인데 이 정도는 그냥 나를 내버려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물론 술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물려주신 아버지를 탓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조금씩 더 건강한 방식을 고민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좋은 휴식’의 의미와 제가 취하고 있는 휴식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이 진정한 휴식’이라는 생각을 하며 법정 스님께 반항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그럼에도 이런 방식으로 오래 살 수는 없다는 걸 저 역시 잘 알고 있기에, 이제는 조금씩 나를 바꿔보려는 마음의 준비도 함께 해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더 건강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저 자신을 쉬게 해주고 싶고, 그렇게 언젠가 법정 스님처럼 좋은 책을 읽는 시간을 ‘나의 진정한 휴식’이라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천천히 저를 가꾸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진정한 휴식은 완벽한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진심으로 필요한 쉼을 알아가는 데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를 방치하는 시간도, 애써 꾸려낸 하루도 결국은 나를 회복시키는 여정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조금 더 건강하고 깊이 있는 휴식으로 저를 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