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속에서, 나는 춤을 추기로 했다

어떻게 춤을 출 것인가

by 아우름언니

“인생은 ‘폭풍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빗속에서 어떻게 춤을 추는가’이다”라는 이름 없는 누군가의 이 말은 제게 참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은 오기 마련이고, 어릴 적엔 어릴 적대로, 성인이 된 지금도 매 순간 시련과 어려움은 예고 없이 찾아오며, 우리는 그때마다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겨우 이겨낸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또다시 다가올 고난을 생각하며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저에게 가장 큰 시련은 대학을 몇 번이나 떨어졌던 일도 아니고, 사업에 실패해 먼 나라로 쫓기듯 떠났던 일도 아니며, 오히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선택했던 ‘미용’이라는 일이었습니다. 어렵게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서울의 한 미용실에 취업하게 되었고, 기숙사까지 제공될 정도로 일이 고된 곳이었지만, 저는 처음에 새로운 출발이라는 기대와 적은 금액이나마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돈을 벌 수 있다는 뿌듯함으로 마음이 설렜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기대는 제 착각이었고, 미용실과 기숙사 생활은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곳에는 디자이너를 포함해 5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었고, 대부분이 20대였으며, 혈기 넘치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에서의 하루하루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감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사회 경험도 많고 나이도 많았던 저에게 그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고, 그 시간들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미용실에서의 ‘일’ 자체였습니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저는 매일 기숙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미용실로 출근해 연습했고, 아침잠이 많았던 제가 새벽마다 눈을 뜨는 것도 고된 일이었지만, 일을 배우며 받는 모욕감은 그보다 훨씬 더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그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던 저에게는 면전에서 쏟아지는 거친 지적과 나쁜 말들이 너무 낯설고 힘들게 느껴졌고, 아무리 멘털을 단단히 가지려 해도 점점 무너져갔으며, 결국 눈물로 얼룩진 날들을 보내며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스태프 일을 시작한 사람 중 무려 80%가 중도에 포기한다고 하며, 단 20%만이 끝까지 버틴다고 들었을 때 저는 ‘모두가 이 과정을 견디기 너무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이를 악물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 건 아닐까’, ‘그냥 원장님 한 분만 있는 조용한 미용실에서 기술만 배웠어야 했던 건 아닐까’, ‘기초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나도 사회 초년생들처럼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이 결국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매일 밤 자책과 후회를 반복했습니다.


아마 저에게 ‘간절함’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시작할 때 넘쳤던 용기가 점점 작아지던 그 시간 속에서 제 인생의 눈물과 콧물을 모두 쏟아냈던 그 고된 시절은 지금 돌아보면 정말 제게 쉽지 않은 ‘폭풍우’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해냈고, 최단기간에 디자이너가 된 지금의 저를 보면, 그 폭풍우 속에서도 나름 버티고 견디며 걸어온 제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그때의 경험은 지금 제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밑거름이 되었고,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최고령 스태프로 살아남았던 저만의 이야기는 이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저만의 서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또 어떤 고난과 시련이 다가오더라도 조금은 웃으며, 또는 거리를 두고 제 자신을 바라보며 그 시간을 담담히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만약 휘몰아치는 ‘폭풍우’가 다시 제 앞에 닥친다면, 이번에는 그 빗속에서 춤을 추며 한껏 즐겨볼 생각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시련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나를 흔드는 건 시련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너지는 순간에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내 안의 간절함을 붙잡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제는 폭풍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힘을 길러, 그 힘으로 더 단단하게 성장해 나가기로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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