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언젠가 “사람이 태어나서 세 번의 직업을 가지면 평생을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긴장감이 유지되는 수명이 약 20년인데, 그것이 세 번쯤 이어지면 인생 전체가 활기 있게 채워질 수 있다는 말이었고, 요즘처럼 백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은 오히려 네 번 정도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현명한 삶은 내가 잘 나갈 때, 다음 코스를 준비하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처음'과 '절정'과 '마지막'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절정의 시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처음'을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해야만 처음 했던 일이 끝날 즈음 두 번째 일에서 다시 한 번 절정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며, 실제로 일의 주기를 따져보면 15년에서 20년 정도가 되는 듯하지만, 인생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살아갈수록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장사를 하다 보면 주위 사람들의 가게 운영을 지켜보게 되는데, 대부분의 가게가 개업 후 한동안은 문전성시를 이루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이 점점 줄고, 결국에는 문을 닫게 되는 과정을 겪으며, 어떤 장사든 ‘시작’과 ‘절정’과 ‘마지막’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그건 ‘백종원’이라는 유명한 간판을 내건 식당도 마찬가지였고, 우리 동네에서 한때 줄을 서서 먹던 김밥집도 마찬가지였으며, 약 5년 동안 성황리에 영업했던 ‘새마을 식당’도 결국 문을 닫았고, 늘 붐비던 그 김밥집도 이제는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반면에 여전히 손님이 많은 식당도 있긴 해서 그 모든 것이 예외 없이 정해진 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저의 첫 번째 직업은 약 10년 동안 이어진 게임 디자이너였고, 두 번째 직업은 약 20년 동안 해오고 있는 헤어디자이너입니다.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마지막은 언제일까?” 어쩌면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제 절정은 이미 지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요즘 활동 중인 젊은 디자이너들은 감각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기술뿐 아니라 마케팅과 자기 관리까지도 아주 능숙하게 해내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지곤 합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자신을 브랜드화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젊은 디자이너들 속에서 저는, 다행히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했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컴퓨터를 다뤄온 덕분에 미용 마케팅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응용은 가능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져 이제는 예전처럼 손쉽게 따라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저는 안간힘을 쓰며 ‘시작’과 ‘절정’을 넘어서 바로 ‘마지막’으로 향하는 걸 원하지 않기에 더더욱 이를 갈며 버티고 있고, 어쩌면 그래서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된 저의 궁극적인 꿈이 '작가'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는 제 세 번째 '시작'을 준비하고 있고, 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품고 있으며, 비록 지금까지의 결과들이 기대했던 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면 어떤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고, 첫 번째 시작에서는 욕심 없이 묵묵히 일에 집중했고, 두 번째 시작에서는 비로소 욕심을 품었지만 기대했던 만큼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기에, 이제 다가오는 세 번째 시작에서는 조금 더 욕심을 내보고 싶고, 성공이라는 것, 화려한 순간이라는 것도 꼭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성실하게 해나가고 있으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노력하는 제 모습을 누구보다 먼저 저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다짐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삶은 한 번의 절정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잘나갈 때일수록 다음 길을 상상하고 준비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더 오래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배웠기에,
지금 저는 멈추지 않고, 또 한 번의 시작을 위해 스스로를 다시 빚어가기로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