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로움을 꿈꾸는 나
직장 생활을 할 때 하루에 20시간씩 일하는 것이 익숙했던 제가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면서 갑자기 많은 자유 시간이 생기자 오히려 어색하고 당황스러웠고, 일반 회사라면 아침부터 퇴근까지 쉴 틈 없이 돌아가지만 미용실은 손님이 없는 시간도 많다 보니 디자이너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유롭게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으며, 같은 공간 안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스태프 시절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풍경이었기에 처음엔 한가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여유는 점점 지루함으로 바뀌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막연한 불안이 제 마음을 채우기 시작해 ‘지금 이렇게 느슨하게 살다간 언젠가 반드시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래서 저는 가슴 뛰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고, 저를 다시 성장시켜 줄 새로운 자극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미용 일을 하며 힘든 스태프 시절을 지나 드디어 헤어디자이너가 되었을 때, 갑작스레 여유로워진 제 생활이 마치 삶이 멈춰버린 듯한 기분을 주었고, 늘 시간에 쫓기듯 바쁘게 지내왔던 제가 여유를 누리는 순간부터 왠지 모를 불안함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동식 도서관이라는 시스템이 있었고, 회원으로 가입만 하면 원하는 책을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있는 곳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 덕분에 저는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졌고, 그때 처음 읽은 책이 자기계발 분야의 고전이자 나폴레온 힐의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이었습니다.
그 안의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평범한 한 할아버지가 ‘KFC 치킨’으로 인생의 반전을 이룬 이야기가 저에게 강하게 다가왔고, ‘할아버지도 해냈는데, 지금 이 나이의 나도 분명히 뭔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라는 강한 의욕이 생기면서, 그동안의 힘든 직장 생활, 파산, 과테말라로의 도피성 여행, 그리고 더 어려웠던 미용실 스태프 시절을 지나 디자이너가 되고 나서 안도감에 젖어 있던 저를 일깨웠으며, 어쩌면 이제 다 왔다고 안심하고 있었던 저에게 다시 경고등이 켜졌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대로 안주하면 안 된다’는 다짐 끝에 저는 편안했던 서울 생활을 접고, 없는 돈을 다 끌어모아 거제도로 내려와 미용실을 오픈했고, 다시 긴박한 삶이 시작되었으며, 손님들 덕분에 바빴고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홍보하느라 바빴고, 블로그와 카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느라 바빴으며, 전국을 다니며 미용 교육을 받는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또 한 번의 불꽃을 피우며 살아냈고, 그렇게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많은 것을 바꾸고, 많은 것을 이뤘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고, 그럼에도 제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써온 덕분일까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다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을 품게 되었고, 그래서 조용히 제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록을 하게 되었고, 기록이 쌓이자 필사를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감각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저는 소소하지만 저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으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변화하는 삶을 꿈꿀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특권인지 깨닫게 되었고, 만약 그런 가슴 뛰는 삶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도 함께 품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책을 읽고 있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제 삶도 마치 책장처럼 한 장 한 장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오늘도 그 속에 나를 새겨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안주하는 순간 삶이 멈추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하며, 결코 멈춰 서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불안 속에서 시작된 변화가 결국 제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 가장 강력한 에너지였다는 걸 알게 되었기에, 지금도 저는 멈추지 않고, 책장처럼 단단히 쌓여가는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