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든 것을 해라, 다음 말고 지
예전 독서 모임의 리더는 자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셨고, 그 당시만 해도 저에게 ‘죽음’이라는 주제는 너무 무섭고 피하고만 싶은 것이었지만,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읽은 책이 웨인 다이어의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였고, 언젠가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을 매일 떠올리며 살아간다면 현재의 삶이 훨씬 더 값지고 충실해질 수 있다는 그 메시지가 마음에 남으면서, ‘죽음’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무서운 말이 아니라 익숙하고 편안한 단어가 되어갔습니다.
법정 스님께서는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 하셨고,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라고 말이지요. 다행히도 저는 잃을 것이 별로 없었고, 벌어놓은 재산도 많지 않았고, 잃어버릴까 두려운 물질적인 욕심도 크지 않았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욕망에 이끌리지 않고 지금 내게 주어진 현실 안에서 충실하게 살아가고자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거제도로 내려온 뒤, 서울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캠핑을 시작하게 되었고, 늘 실내에서 일하던 저와 남편은 쉬는 날만큼은 바깥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캠핑을 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시작된 캠핑은 우리에게 큰 즐거움이 되었고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삶의 쉼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어느 날 캠핑장에서 60대 부부의 트럭을 보게 되었는데, 트럭의 뒷문을 열자 아담한 캠핑카로 변신했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꼭 필요한 것들이 알차게 갖춰진 그 공간은 오히려 더 정감 있고 실용적으로 느껴졌으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자리를 정리하고 여유롭게 캠핑을 즐기는 부부의 모습은 무척 멋져 보였고, 그 순간 우리 부부도 언젠가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남편이 다가가 이것저것 물어보니 그 부부는 미용실을 운영하며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나머지 3일은 캠핑을 다닌다고 하셨고, 자영업이라면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이 마음속에 깊이 남았으며, 그날 이후로 우리는 ‘왜 매일매일을 피곤할 정도로 일하고만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과 화요일을 쉬는 날로 정해 무조건 바다로, 자연으로 캠핑을 떠나기로 했으며, 그때부터 캠핑은 우리에게 새로운 설렘이 되었고, 캠핑을 가는 날뿐 아니라 그 여운 속에서 일하는 날까지도 삶의 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되었습니다.
거제도는 집을 나서면 금세 탁 트인 하늘과 싱그러운 바다 내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고, 모닥불 앞에 앉아 나누는 대화는 그 어떤 고민도 사라지게 할 만큼 편안하고 부드러웠으며, 평소엔 바쁘다는 이유로 미처 챙기지 못했던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그 시간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그렇게 깊은 이야기들이 밤이 깊어지는 줄도 모른 채 오래도록 이어지곤 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월요일과 목요일을 낚시하는 날로 정해 주었고, 거제도까지 내려왔는데도 좋아하는 낚시도 못 하고 일만 한다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그렇게 남편의 행복지수는 눈에 띄게 올라갔으며, 자주 웃는 남편을 보니 저도 덩달아 행복했고, 싱싱한 회를 더 자주 먹을 수 있게 되어 그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저 역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을 쉬기 시작했고, 그 시간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기며 저의 행복지수도 더 높아졌으며, 특히 화요일은 오롯이 제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정해두었고,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책에 파묻혀 지내며 오랫동안 꿈꿔왔던 ‘하루 종일 책만 읽는 시간’을 실현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마음속에 차오르고 있습니다.
요즘 서울 쪽의 젊은 세대가 운영하는 1인 미용실을 보면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3일은 온전히 쉼을 선택하는 모습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마치 최근에 읽은 『조화로운 삶』 속의 스콧 니어링과 그의 삶을 지지하며 함께 걸어간 헬렌 니어링 부부처럼 1년에 6개월은 일하고, 6개월은 자연 속에서 지내는 삶이 진정한 ‘조화’라는 것을 그들도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나를 위해 현명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가를 떠올렸을 때, 그것은 바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었고, 이제는 저 역시 일주일에 4일은 일하고, 나머지 3일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 온전히 사용하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되었습니다.
많은 책이 말합니다. ‘지금 하라. 나중이 아니라 바로 지금, 그 행복한 일들을 시작하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다 본격적으로, 제대로 글을 쓰기 위해. 그리고 내 인생의 세 번째 막을 위해.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행복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일과 쉼, 집중과 여유가 조화를 이루는 삶이야말로 내가 진짜 원했던 삶이라는 걸 인정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늦기 전에, 바로 지금부터 제가 정말 원하는 삶을 직접 준비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