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아지야, 우리 막내 삼촌
아버지 형제는 모두 다섯 분이셨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장남이셨고, 재작년에 돌아가신 작은아버지, 베트남에 파병되셨던 셋째 작은아버지,
그리고 20년 전 일본에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고모가 계셨습니다.
며칠 전 뇌종양으로 돌아가신 막내 작은아버지께서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삼촌이셨습니다.
어머니가 시집오셨을 무렵, 막내 삼촌은 겨우 아홉 살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거의 자식처럼 돌보셨고,
자연스럽게 삼촌은 젊은 시절 자주 저희 집에 오시곤 하셨습니다.
저에게도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셨지요.
그 시절은 다들 형편이 넉넉지 않았고, 저희 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방 하나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잠을 자던 시절이었는데,
삼촌께서 과학 전집 20권을 선물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교과서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책’이라는 것을 접해본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루팡 시리즈를 선물해 주셨고, 다양한 동화책들도 사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고, 지금도 추리물을 참 좋아합니다.
그때 읽었던 괴도 루팡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제가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
삼촌은 용인에 사시며 농림수산부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계셨습니다.
그 시기엔 자주 찾아뵙기도 했고, 새해 첫날에는 함께 새벽 산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녁이면 치맥을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지요.
5년 전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다시 뵈었을 때,
꼭 같이 캠핑을 가자고 약속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삼촌께 뇌종양이 발생했습니다.
항상 밝으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시던 분이었기에 믿기지 않았습니다.
1차 수술 후에는 경과가 좋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암이 다시 전이되어 2차 수술을 받으셨고,
그 후로는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셨으며 중증 치매 증상까지 겪으셨습니다.
결국 6개월 동안 산소호흡기를 달고 지내시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엊그제 삼촌의 부고를 받고, 거제도에서 출발해 부산에 들러 어머니와 둘째 작은어머니를 모시고
경기도 화성시로 향했습니다.
이미 도착해 계셨던 셋째 작은아버지는, 막내 동생의 죽음 앞에서
식사조차 못 하시고 깊은 침묵 속에 계셨습니다.
함께 캠핑을 가자고 하셨던 삼촌의 갑작스러운 병과 부고는
삶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지를 절절히 느끼게 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내일은 없다”고 말하지만,
그 말이 현실이 되어 제 곁에서 일어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평생을 힘겹게 살아오신 삼촌,
우리에게 좋은 영향만 남기고 떠나신 삼촌.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형제분들과, 부모님 곁에서 편안히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오늘 해야 할 일은 미루지 말고,
참기보다는 표현하며, 망설이기보다는 행동하며 살아가자고요.
후회 없도록.
많이 사랑하고, 많이 웃고, 많이 즐기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