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래 부산으로 가는 날이었습니다.
며칠 뒤면 어머니 생신인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매년 어머니와 함께 생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올해가 벌써 다섯 번째네요.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동생, 삼촌도 함께하시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낮에 어머니께 전화가 왔습니다.
“너 오늘 저녁 부산 온다고 했는데, 왜 오는 거야?”
어머니는 이유를 알면서도 종종 이렇게 물으실 때가 있으십니다. 저는 그 마음을 압니다. 어제 작은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서울까지 다녀오시느라 많이 피곤하셨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유는 또 따로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동생이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을 겁니다. 생신이니 함께 저녁을 먹자고 했겠지요. 저희 가족 사이에서 동생은 마치 ‘크리스탈 유리잔’ 같은 존재입니다. 너무 예민하고 날카로워서 편하게 어울리기가 어렵습니다.
오빠와 새언니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동생과의 왕래를 끊었고, 저 역시도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얼마 전에서야 다시 소통을 시작했지만, 또다시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피하고 있는 중이지요. 그런데 동생이 쌍둥이 아이들을 데리고 어머니 댁에 간다고 하니, 어머니께서도 부담스러우셨을 겁니다.
동생과의 관계는 저에게 늘 ‘뜨거운 감자’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동생이 결혼한 이후부터 이런 감정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가정이 생기고, 또 동생이 너무 잘 살아서 그랬는지, 우리 사이의 이해관계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이가 멀어졌다고는 해도, 만나지 않는 동안 제 마음은 늘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저는 압니다. 어렵더라도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요. 이유는 단 하나, 동생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오해로 인해 말을 하지 않고 있어도, 마음속 불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동생과 다시 연락을 시작하면 마음이 한결 가라앉고 평온해집니다.
“마음에 원한을 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던지려고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상을 입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 부처
지금 제 손에는 뜨거운 석탄이 쥐어져 있는 듯합니다. 동생을 향한 감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니, 결국 상처 입고 힘들어지는 건 저 자신이니까요.
언제나 그렇듯, 동생과 화해를 해야 이 상황이 끝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피곤한 시간이 시작되겠지요. 하지만 화상을 입고 고통을 견디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언제가 좋을까요. 상황을 봐가며 판단해야겠지만, 조만간 화해의 메시지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어머니도 마음이 편하실 테고, 저도 편안해지겠지요.
이것이 제 삶이라면, 결국은 받아들여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