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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의자 Sep 27. 2022

#9. 팀원 뒷담화를 하는 팀장이 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겪어온 다양한 리더들의 군상을 통해 '타산지석'의 사료를 써봅니다

아, 차 과장?! 일은 잘하는데 개인주의 성향이 좀 강해.
같이 일하기 쉽지 않아.


 오늘도 우리 팀장은 다른 팀 팀장과 커피 한잔을 하며 팀원들 뒷담화에 여념이 없다. 다른 팀에서 보기에는 충분히 좋은 인적 구성을 갖춘 팀인데도 그는 무엇이 성에 차지 않는지, 다른 리더들과 만날 때면 항상 팀원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안다, 누구나 완벽한 인간일 수 없다는 걸. 하지만 '너 자신을 알라'했던 테스 형의 말처럼, 본인부터 잘 알아야 한다. 본인은 어떤 팀장인지,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누군가를 평가하기에 앞서 자신은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간은 자기 합리화에 능한 동물이라 촌철살인하며 자신은 낮추고, 다른 사람을 높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팀장님들이 찾아와 팀원들에게 '뒷담화하고 다니더라' 고자질을 할 정도면, 이건 중증이다. 치유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증상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겠지만. 




김대리는 아직 그런 교육받기엔 연차랑 업무스킬이 좀 부족해.
과장 달면 추천해줘.


 인사팀에서 온 외부 교육 추천도 역량 부족을 들어 칼같이 잘라내는 팀장을 볼 때면 그는 우리의 주적이 아닌가 싶다. 우스갯소리로 "당신의 주적은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아마 우리 팀은 이구동성 "팀장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슬프게도 우리는 지금 외부의 가혹한 경영환경, 경쟁사들의 선제적인 대응과 싸우는 게 아닌 내부의 적과 싸우고 있다.


 팀원 중 누군가 공백이 발생하는 걸 극도로 꺼리는 팀장은 팀원들의 교육이나 외부 일정에 항상 민감하고, 구차하게 반응한다. "꼭 가야 하느냐", "다음에 가면 안 되느냐", "(조정 안 되는 외부 일정이면) 나도 같이 갈까?" 등 팀원들이 외부에서 보내는 일정은 눈에 불을 켜고 제지하거나, 함께 하려고 한다.


 '분리 불안인가?' 싶기도 하고,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그 일을 본인이 대신할까 싶어 노심초사하는 걸까?' 추측해 보았다. 하지만, 팀원이 다 자리를 비운다 한들 본인은 하는 것 없이 외부 일정 혹은 휴가 중인 팀원에게 아무렇지 않게 업무를 토스하는 걸 보면 그저 기우일 뿐이다. 그는 그냥 팀원들의 자리가 비는 걸 극도로 싫어할 뿐이다. 


유 차장, 김대리 얘는 왜 일을 이렇게 하냐,
네가 좀 어떻게 못 가르치니?


 이제는 팀원을 붙잡고 다른 팀원을 험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 이곳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빈번히 발생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누군가 휴가를 가거나, 외부 일정, 교육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그 사람은 여지없이 업무 관련하여 팀장의 하마평을 받는다. 그리고 청중은 아무 죄 없는 불쌍한 팀원들이 되곤 한다. 


 "아아아~~ 안 들린다"를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지만, 그럴 용기와 깜냥은 없기에 관심 없는 척 귓등으로 흘릴 뿐이다. 팀 내에는 그의 뒷담화에 호응해 주는 이가 하나도 없기에 결국 다른 팀에 가서 또 다른 청중을 구할 뿐이다.  


'누워서 침 뱉기'를 곧 잘하는 리더들이 있다

 

 팀원을 욕하는 건 내 얼굴에 침 뱉기 임을 유념하자. 우리 팀원의 부정적인 평가를 앞장서서 불식시키는 팀장이 되자. 구성원의 체면이 내 체면임을 아는 팀장이 되자. 구성원을 욕하기 전 나부터 돌아보자.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함을 기억하자. 뒷담화는 결국 돌고 돌아 자신에게 향하는 것임을 아는 팀장이 되자. 스스로를 낮추되, 팀원을 높일 수 있는 팀장이 되자. 나에 대한 뒷담화 = 내가 한 뒷담화 횟수* 팀원 수(승수) 임을 기억하자.




상무님, 유 차장은 아직 팀장 할 만한 레벨은 아닙니다.
너무 이른 것 같습니다.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자, 팀 내 주무 역할을 하던 유 차장님이 신규 팀장으로 발령 날 것 같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리고 그 소문을 기를 쓰고 막는 건 역시나 우리 팀장이다. '너무 어리다', '아직 리더십 경험이 부족하다', '본인이 1~2년 더 육성하겠다' 등 온갖 핑계를 들어 아직 때가 아님을 어필했지만, 윗분들의 안목은 역시 그와는 달랐던 모양이다. 


 내년 1월 1일 자로 신규 팀장 발령이 난 유 차장님 환송 자리에서 팀장은 술에 취해 자랑스럽게 "내가 너 팀장 만들어 준거다. 앞으로도 나한테 잘해야 한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다. 애써 그러겠다고 대답하고는 웃으며 떠나는 유 팀장님을 바라보며 나머지 팀원들은 결연한 눈빛으로 결의했다. 내년에는 저 팀으로 다 같이 헤쳐 모이자. 누구든 먼저 도망갈 수 있게 응원해 주자. 그렇게 추노꾼을 피해 '내년에는 기필코 도망가리라' 결심하는 노예처럼 우리는 새해를 향한 굳건한 결심을 되새겼다.    



   

이미지 출처:Photo by Kristina Flou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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