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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의자 Oct 04. 2022

#11. 실은... 이런 팀장님들을 닮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겪어온 다양한 리더들의 군상을 통해 '타산지석'의 사료를 써봅니다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많은 리더들을 만나왔다.
 

 앞서 10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런 리더들은 되지 말자는 타산지석의 사료들을 써왔지만, 사실 그러한 나쁜 리더들 못지않게, 감사하게도 정말 좋은 리더들도 만나왔다. 그리고 그때의 좋은 영향력으로 인해 지금까지 직장인으로서 밥벌이를 하고 있다. 


 언제나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크게 느껴지기에 나쁜 리더들을 통해 잃어가는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반대급부의 글을 썼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 만나온 좋은 리더들에 대해 짤막하게 써볼까 한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이었음을 깨닫듯, 리더가 바뀌고 조직이 바뀌고 난 뒤에야 내가 얼마나 좋은 리더와 함께 일을 해왔고, 그들을 통해 얼마만큼 성장해 왔구나를 이번 글을 쓰면서 새삼 또 깨닫게 된다.




1. 나의 커리어를 진심으로 같이 고민해주던 선배, 그리고 리더

 나의 첫 팀장님은 10년 이상 오랜 세월 팀장 역할을 해오던 분이었고, 너무 오랜만에 받은 신입사원을 어떻게 케어해야 할지 조차 모르던 분이었다. 그 시절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업무 경험을 통해 성장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해주던 선배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 선배의 도움과 그 당시 사업부장이었던 임원의 결단으로 영업에서 기획으로 커리어를 전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커리어의 전환은 사실 그 선배가 갈 팀에 내가 대신 감으로써 이루어진 것이기도 했다. 이 커리어의 전환은 향후 내가 회사생활을 이어가는데, 그리고 회사를 옮기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2. 성과 보상을 (츤데레처럼)챙겨주던 팀장님

 기획으로 커리어를 전환한 뒤, 처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라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기회가 닿는 한 최대한 많이 참여하고 싶었다. 업무를 하며 일을 배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시기이기도 했고, 그 당시 팀장님은 주니어임에도 나에게 많은 기회를 주셨다. 5개월 간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다시 팀으로 복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주 뭔가 더 들어오면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까 맛있는 거라도 사 먹어라." 


 무심하게 툭 내뱉는 한마디에 그간의 고생과 노력을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예상치 못한 인센티브는 기획은 처음이라 자신감이 부족했던 나에게 향후 더 어려운 프로젝트에도 뛰어들 용기를 북돋아줬다. 


3. 본인을 낮춰 무엇이든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팀장님

 6년 차를 넘어가며 팀 내 후배들도 생기고 이제 더 이상 막내가 아니기에 모르는 것을 속 편하게 모른다고 말하고, 새로 배우는 게 쉽지만은 않아졌다. 그럴 때마다 팀장님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아니면 일부러 본인이 모르는 것들을 더 먼저 화두로 꺼내곤 했다. 


 "요새 우리 업에서도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데 사실 난 App도 안 써봐서 잘 모르기도 하고, 우리 팀 주니어들이 팀장 공부시킨다 생각하고 자유롭게 발제 좀 해줘" 


 언제나 새로운 프로젝트나 업무 시에는 일부러 본인을 낮춰 팀 내 자유로운 참여와 의견이 나오도록 팀장님 스스로 팀 내 안전망을 마련해 주었다. 그 안전망 덕에 우리는 좀 더 쉽게 프로젝트에 몰입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며, 서로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4. 구성원 성장을 위한 교육은 멱살 잡고 잡아오는 팀장님

  "우리 팀에 새로 온 차 대리, 올해는 무조건 교육 보내줘야 돼요. 아니, 이런 친구를 회사에서 키워야지 어디서 키워요. 예산 때문에 그런 거면 내가 CHO 찾아뵙고 설명드릴 테니 이번에는 꼭 차 대리 TO에 넣어줍시다. 인사팀장님, 꼭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선발되면 내가 술 한잔 살게" 

 

 그는 구성원들의 교육에 언제나 진심이었다. 시야도 넓히고, 성장의 발판이 될 거라며 업무는 좀 내려놓고 많이 배우고 오라고 구성원들을 등 떠밀듯 교육에 보내곤 했다. 그 시절 팀장님의 배려 속에 좋은 교육을 받고 돌아오면 팀 내 성과로 꼭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더 몰입해서 업무에 임하고는 했다.  


5. (팀원들을 보낸 뒤에도) 본인이 끝까지 마무리하고 가는 팀장님

 경영진 대상으로 하는 큰 보고가 잡힐 때면 그는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퇴근했다. 각자 구성원이 맡은 업무를 마치고 나면 최종 조율과 수정은 팀장님의 몫이었다. 


"결국은 내가 보고 드리니까 내 표현, 말투에 맞게 내가 다듬어야 돼, 이건 팀장의 몫이다. 그러라고 수당 주는 거니까 신경 쓰지들 말고 다 끝냈으면 메일 보내고 들어가. 최종 수정본은 팀 내 공유해둘 테니 내일 출근하면 확인 한 번씩들 해줘. 고생했다, 내일 보자."


 팀원 각자가 완성도 있게 자료를 보낸다 한들 본인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는 게 금방 될 리 없었지만, 팀장님은 언제나 그건 팀장이자, 보고자의 몫이라며 그 역할을 자처했다. 그리고 보고가 잘되면 팀원들의 공로를 높이기에 바빴고, 혹시나 잘 안되면 본인의 잘못을 먼저 자책했다. 그런 팀장님 밑에서는 누구라도 더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고, 전체적인 팀의 퍼포먼스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좋은 리더와 함께 일하던 시절에는,
 '내일 보자'라는 인사가 좋았다. 

 회사가 마냥 즐거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매일매일이 충만하다고 느끼며 퇴근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성장해가다 보면 '지금의 팀장님처럼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롤모델이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 시절엔 좋은 리더가 직장생활의 안정감과 구심점이 되어 주었다. (과거형이라 좀 슬프긴 하다)


 인생에 길흉화복이 있듯 조직생활에도 사람을 만나고, 특히 리더를 만나는데 부침이 있다.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난 좋은 리더들을 많이 만났다. 영원히 같이 할 것 같던 조직을 떠나서도 여전히 그분들과 옛이야기를 나누거나 고민들을 상담할 수 있는 건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리더가 회사의 전부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조직을 떠나는 이유의 전부가 될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이유로 회사를 떠난 경험이 있기에 향후에는 그런 리더가 되지 않기 위해, 그러한 리더를 만나도 조직을 떠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각자의 이유로 공감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각자의 방법대로 좋은 리더가 되기를, 혹여나 나쁜 리더를 만났다면 본인을 희생하지 않으며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응원한다.

모두가 무사히, 안녕히 '내일 보자'라는 말을 하며 충만한 기분으로 퇴근하기를 기원한다..          




이미지 출처:Photo by Chang Duo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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