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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의자 Sep 21. 2022

#7. 팀원의 공을 가로채는 팀장이 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겪어온 다양한 리더들의 군상을 통해 '타산지석'의 사료를 써봅니다

이번 보고서 출력해줘, 내가 상무님께 따로 말씀드릴게.


 이번 보고서는 결과물이 좋아 보인다. 팀장이 직접 들고 들어간다는 걸 보면, 이번 보고서는 좋은 피드백을 받을만한 각이 섰다. 날카롭게 각이 선 결과물들은 언제나 입으로만 일하던 그가 직접 보고하러 들어간다. 


 10Page 남짓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팀원들의 노력은 그렇게 본인이 윗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재료가 될 뿐이다. 반대일 경우는 어떨까? 당연히 팀원들이 들어가서 보고한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이번 보고서 상무님이 잘했다고 칭찬하시더라.

 팀장은 윗사람의 칭찬에 연신 기분이 좋은지, 하루 종일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다. 그리고 그 칭찬에 빠진 주어는 언제나 본인이었다. 내가 잘 준비해서, 팀원들에게 잘 준비시켜서, 기존과는 다른 아이디어를 잘 도출해서, 팀원들의 산발된 생각들을 내가 잘 정리해서... 언제나 잘 된 결과물의 작성 주체 혹은 실행 주체는 본인이 된다. 


 팀장은 그렇게 본인이 직접 칭찬받아야 기쁨을 느끼는 타입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같은 포유류인 우리 팀장은 춤 이상의 것을 추게 한다. 그리고 그 칭찬을 듣기 위해 언제나 팀원들의 아이디어, 결과물을 염탐하거나 가로채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어차피 팀 공동의 결과물이니 '보고는 내가 대신하겠다, 그리고 그 공치사도 내가 받겠다' 이지만... 좋지 않은 결과물의 책임은 통상 팀원들에게 떠넘겨진다. 


김 과장이 이런 논점까지 커버하기엔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합니다.

 간혹 좋지 않은 결과물을 본인이 보고할 때면 보고서를 메인으로 작성했던 팀원이 '무능이'로 전락한다. 그리고 부족한 팀원들을 본인이 잘 육성해 보겠다는 사족이 붙는다. 그렇게 결과물의 가능성에 따라 취사선택된 보고서들만 찾는 팀장이기에 팀원들도 굳이 열정을 다해 결과물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잘 된 것은 팀장 탓, 안된 것은 팀원 탓이 은연중 드러나는 분위기에 누구도 애써 그걸 뒤집기 위한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팀에서 생산해 낸 결과물들은 점차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팀원의 성과가 곧, 팀장의 성과다

 좋은 결과엔 팀원의 공을 먼저 말하는 팀장이 되자. 팀원이 만들어낸 성과가 결국 내 성과임을 아는 팀장이 되자. 팀원이 칭찬받는 것을 내가 칭찬받는 것보다 더 기뻐하는 팀장이 되자. 내가 홀로 빛나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팀장이 되자. 팀원이 빛나야 비로소 나도 빛날 수 있음을 아는 팀장이 되자. 




 팀의 퍼포먼스가 하향 평준화되기 시작하자, 윗분들이 담당자를 직접 불러 보고 받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팀원들이 임원에게 직접 보고를 할 때면 팀장은 언제나 좌불안석,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했다. 홀로 빛나기 만을 바라는 그에게 팀이란 무슨 의미일까. 결국 스스로 빛을 발하는 능력을 갖춘 팀원들은 인사시즌이면 여러 팀에서 이동 얘기가 오갔다. 연말이면 팀장은 다른 의미로 '좌불안석'일 따름이었다. 




이미지 출처:Photo by Richard Ciraul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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