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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의자 Sep 15. 2022

#5. '공부하지 않는 팀장'이 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겪어온 다양한 리더들의 군상을 통해 '타산지석'의 사료를 써봅니다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자. 나도 생각해 볼게

 우리 팀장의 전형적인 레퍼토리다. 새로운 주제, 이전과는 다른 미션이 떨어지면 일단 팀 회의를 소집한다.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고민해보자고 '그저 입으로만 이야기'한다. 데스크 리서치를 하고, 여러 유관부문에 문의하고, 증권사 리포트 등을 탐독해서 각각 아이디어를 생각한 뒤 다시 모이자는 내용을 1~2시간 동안 팀원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걸로 항상 회의는 끝이 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본인의 명확한 생각, 방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팀원들이 알아서 새로운 방향성, 주제들을 모아 오도록 시킬 뿐이다.




 한때 그가 전문가처럼 보인적이 있었다.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본인이 할 말을 먼저 하는 스타일이기에 언뜻 보면 뭔가 엄청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말을 많이 한다는 것, 그게 다였다.


 탄탄한 기본기에 새로운 것들을 꾸준히 공부하며 쌓아 올린 전문성이 아닌 그저 순간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임기응변일 뿐이었다. 지위를 이용한 정보 비대칭을 활용해 그저 팀원들에게 또는 다른 유관부문에게 '있어 보이는 말'만 하면 그뿐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무능함은 점차 팀과 주변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다양한 프로젝트들, 새로운 주제들이 누적되어 늘어갈수록 그는 아무런 아이디어도 방향성도 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저 팀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종용하고, 그것들을 이삭 줍기 해 다시 한번 그럴듯하게 재탕, 삼탕 할 뿐이다. 그리고 팀원들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온들 본인의 틀과 세계관 안에서 재편되기에 결국 이전 아이디어, 흐름들과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그렇게 그는 조직과 팀원들의 성장에 제약이 되어가고 있다.


과장 초까지 열심히 배운 걸로 쭈욱 먹고사는 거야

 예전 회사에서 한 차장님에게 들었던 말이다. 대리 시절 입으로만 일하는 차장에게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그저 황당했지만, 그 말을 실천하는 리더들을 겪으며 공부하지 않는 리더를 점차 싫어하게 되었다. 배울 것이 없는 리더, 성장하지 않는 리더 밑에서는 구성원들 또한 성장할 수 없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재탕, 삼탕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쥐어짜 내기(착즙) 당하고 있을 뿐이다. 팀장은 조직의 뚜껑(Cap) 역할이라는 걸 새삼 실감한다. 뚜껑의 높이가 낮으면 아무리 내용물이 많아도 결국 담아내지 못하고 흘러넘친다. 지금 우리 팀의 상황이 그렇다. 뚜껑의 높이를 높일 생각도, 병의 넓이를 넓힐 생각도 없다. 그저 그때그때 차오른 내용물만 쏙 뽑아먹을 생각뿐이다.


 그렇게 정체된 리더 아래, 팀원들의 성장 또한 멈춰버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팀원들은 두렵다. 흔히 말하는 물 경력이 될까 봐, 시간이 누적되어도 무언가 전문성이 축적되지 못할까 봐.


채움이 없이 비워내기만 하면 곧 바닥이 드러날 뿐이다.


 앞장서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공부하는 팀장이 되자.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스터디하는데 20~30% 시간을 의도적으로 할애하자. 내가 먼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알려주거나 가이드해주는 역할을 자처하자. 스스로 정체되고 성장하지 못해, 팀과 팀원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을 경계하자. 나와 구성원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 내자.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수용하며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팀장이 되자.  




 새로울 것 하나 없이 돌려막기 하는 데엔 결국 돌려막기로 대응하게 된다. 비슷한 자료, 비슷한 생각을 포장해 다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팀원들도 대응하기 시작한다. 성장이 멈춘 조직은 생산적인 논의,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발적 논의가 불가하다. 채움은 없이 계속 비워내기만 하는 조직. 그 속의 구성원들은 결국 새로운 조직에서의 성장을 꿈꾸게 되는 경우가 하나둘 늘어가기 시작한다.




이미지 출처: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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