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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의자 Sep 14. 2022

#4. 할일 없이 늦게 퇴근하는 팀장이 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겪어온 다양한 리더들의 군상을 통해 '타산지석'의 사료를 써봅니다

우리 팀장은 지박령인가?

 그는 오늘도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하릴없이 자리에 붙어있다. 특별히 하는 일이 있다거나, 바쁜 일정/중요한 보고가 있다거나, 그렇다고 급하게 의사 결정할 사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하는 일 없이 휴대폰만 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태다.  


 팀원들이 각자 할 일을 마치고, 하나 둘 퇴근을 함에도 그는 역시나 미동조차 없다. 간간이 고개를 들어 퇴근하는 팀원들의 인사를 받아 줄 뿐 그는 여전히 움직일 생각도 퇴근할 생각도 없는 듯하다. 팀장이면 일찍 집에 가면 안 되는 걸까? 팀원보다 늦게 퇴근하는 게 미덕이라 생각하는 걸까? 그는 왜 망부석처럼 자리에 앉아 퇴근하는 직원들이 가뿐한 마음이 아닌, 약간의 불편함을 안고 퇴근하도록 만드는 걸까?




 작업하던 자료 좀 메일로 보내 놓고 가라

 퇴근하려고 컴퓨터까지 다 끄고 인사하고 뒤돌아서는 팀원에게 인사 대신 날리는 그 한마디. 그는 꼭 퇴근하려는 직원에게 무언가를 요청한다. 작업 중인 보고서 초안을 보내 놓고 가라던지, 기존 작성된 자료 좀 참고하게 메일로 보내달라던지, 하다 못해 예전 보고서를 찾아서 프린트해달라는 등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로 집에 가려던 팀원들의 발길을 붙잡곤 한다. 그렇게 퇴근시간을 늦춰가며 보내 놓은 자료들은 결국 읽어보지도 않는다. 다음 날이나 며칠 뒤 또다시 자료를 보내달라 찾기 때문이다. 


단단한 엉덩이 근육이 일을 잘하는 기본이라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신입 사원 시절엔 팀장이나 선배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나 또한 덩달아 자리를 지켜야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렇게 팀장의 퇴근 시간이 우리의 퇴근시간이 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각자 할 일만 마치면 알아서 퇴근하는 게 당연시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시기이지만, 여전히 우리 팀장은 아무 일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퇴근까지 늦춰가며 무엇인가를 하고 있나?' 싶지만, 노트북과 모니터는 애 진작 화면보호기가 돌아가고 있다. 포괄임금제라 야근수당이 별도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대체 일도 없고 퇴근시간도 지났는데 그는 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더 이상 이해하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나도 내 할 일을 마쳤으니 그냥 먼저 인사하고 퇴근하면 그뿐이다. 하지만 퇴근하며 하루를 잘 마쳤다는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지박령처럼 자리를 지키며, 언제나 퇴근하는 직원들을 불편하게 하는 면이 있다. 

 

그저 자리만 지키는 게 미덕인 시절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나면 빠르게 퇴근하는 팀장이 되자. '일 잘하는 사람은 먼저 퇴근합니다'를 몸소 실천하며 직원들의 빠른 퇴근을 독려하는 팀장이 되자. 야근과 오랜 근무시간을 성실함의 척도로 판단하지 말자.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팀장이 되자.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팀원들의 시간 또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게끔 가이드할 수 없다. 




 얼마 전부터 퇴근 시 팀원들에게 한 가지 요령이 생겼다. 일부러 작업 중인 자료들을 한 무더기로 퇴근 전 메일로 보내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학생 시절 숙제 제출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서글프기도 하지만 우리의 소중한 퇴근시간을 지키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 자료들은 여전히 '읽지 않음'으로 그저 메일함에 쌓여가고 있다. 




이미지 출처:Photo by Oladimeji Ajegbil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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