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15-
길에 칼이 떨어져있다
사람이 떨군 것일까
사람들이 떨군 것일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일
짐을 꾸린 젊은 남녀가 입을 맞춘다
거리가 좁혀들어오고
거리가 좁게 들어온다
그사이 지난 밤 꿈꾸지 못했던 일들 피어나고
풍경 속에 깃발이 올라섰다
낮은 곳에 낮이 들어서며
낯선 얼굴을 낯익게 남든다
깃대를 흔드는 땅을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뒤흔드는가
지난밤 읽으려던 책은 사라져있다
내가 부르다 돌아선 것일까
내가 부르면 돌아올 것인가
흩어져있는 활자들을 소리내어 읽으며 모아본다
거리의 아이들 하나둘 안으로 들어간다
방이 넓어지고
방이 넓게 뻗어나간다
그렇게 하루의 힘으로 잠에 드는 일만 남고
강을 가르는 다리에 초생달이 오른다
밤의 바닥과 천정이 한 줌 밝아오며
방바닥과 천정이 한줄기 밝아오듯이
일렁이는 너의 손톱은 다시금 나의 수많은 눈썹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