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낮게 깔린 습기가 아침부터 온몸을 내리누른다.
비가 오나 아직 깨지 않은 눈을 창밖으로 가져가 본다.
비가 와야 할 날씨인데도 회색빛의 넓은 구름들만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하품을 하려고 입을 벌려보았지만 몸속의 공기는 아래로 들어가 한숨으로 변해 밖으로 나왔다.
신기하게도 잠이 깨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하품을 했을 때 보다
한숨을 쉬니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이 와중에 편해진 몸에 마음은 그에 따라 안심이 되었는지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오늘 하루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들이 하나씩 하나씩 머리에 맞춰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아침공기를 마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부스스한 머리나 눈곱정도는 때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에 화장실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차가운 물이 입가 묻은 굳은 침들을 씻어내려 갔고 미지근한 물로 얼굴에 쌓인 기름과 땀들을 닦아냈다.
수건에 물기를 닦기 위해서 잠시 얼굴을 파묻어보았다.
아직 덜 마른 수건 사이로 빤 지 얼마 안 된 포근한 섬유유연제 향기와
꾸중충한 덜 마른 수건냄새가 섞여 들어온다.
남들이 이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볼까 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남들이 보면 어때?"
정작 눈곱은 때지 않았다는 걸 알았지만 덜 마른 수건에 따뜻한 숨이 돌아다니니
대충 세수를 했으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으푸푸' 소리를 약하게 내어 마저 물기를 닦아내었다.
또다시 하품대신 한숨이 낮게 깔렸고 조금은 맑아진 얼굴로 창밖을 다시 보았다.
아까와 같은 풍경, 아까와 같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비가 오지 않은 습한 아침에 나뭇잎들만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이때쯤이면 매미소리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자 정말 누가 들은 건 아닌지
갑자기 여기저기서 매미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내 아침은 시작과 함께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괜한 어지러움이 잠이 덜 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여름은 나와 맞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