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 침대에 멍하니 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뭐라도 하면 마음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책상, 침대 위 쌓인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먼지를 치우면 쌓아둔 내 감정들도 같이 정리될 거 같았다.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내고 바닥, 선반, 창틀을 닦았다.
한 시간 정도가 흘렀고 방은 깨끗해졌다.
그게 끝이었다.
변한 건 없었다.
청소하는 동안에 사라졌던 생각들이 다시 몰려왔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은 여전히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청소를 하면 마음도 정리될 거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내가 한심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내 감정을 정리했던 적이 없었다.
언제나 숨기기에 바빴다.
불편한 감정들을 남에게 들키기 싫어서 나조차 외면한 채.
처음엔 자존심 때문이었다.
나약한 나 자신을 감추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게 방어였고 그 시간들에 익숙해진 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나조차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슬픈 걸까, 화가 나는 걸까 아니면 체념한 걸까
좋은 감정은 없는 걸까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몇 번밖에 안 본 사람들의 감정은 금세 알아차리면서
정작 나는 이름만 아는 남보다 낯선 존재가 되어 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정리하며 사는 걸까
아니면, 나처럼 그냥 시간 속에 흘려보내는 걸까
흘려보내버린 내 감정들을 이제는 마주할 수 있을까
끝나지 않는 내 마음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감정 하나라도
살며시 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정 기록 질문지]
● 최근에 내가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든 순간은 언제였나요?
●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겉으로는 정리된 듯 보여도 마음은 여전히 정돈되지 않았던 적이 있나요?
● 내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자주 하는 행동은?
● 그 행동은 실제로 내 마음을 달래주고 있었나요, 아니면 숨기고 있었던 걸까요?
[Title Card_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