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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by 고대현

나는 과일의 껍질을 선호한다.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인과 동일한 사람이 있는 것도 옳고 본인과 동일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도 마땅하다. 취향은 각기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과일의 껍질을 벗겨본 기억은 없다. 칼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언제나 타인이 본인 대신에 껍질을 벗기는 행위에 집중하거나 열중을 했고 나는 그저 껍질이 벗겨지는 과정을 본 것이 전부다.

생시에 기회가 내게 주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기원한다. 내가 과일의 껍질을 벗길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온다고 자부를 할 수는 없겠으나 막연하지만 그래도 기대를 걸어본다. 또한 아쉬운대로 나는 몽상 속에서 껍질을 벗기는 것에 족하기도 한다. 내게도 과일의 껍질을 벗길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나는 그저 믿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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