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종료선언

프롤로그

by 미스루

이 글은 임신, 출산, 육아의 기록이 아니라,

삶에서 선택권이 하나씩 배제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R/O (rule out)
의학에서 ‘룰아웃’은 아직 확진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로 하나씩 배제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꽃샘추위답지 않은 사나운 비바람이 몰아쳤던 봄이었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예년보다 일찍 피었던 벚꽃들은 며칠 만에 속절없이 떨어졌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연둣빛 잎들이 움트고, 철쭉나무에는 진분홍 꽃망울들이 봉긋이 솟고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첫 학부모 상담을 막 마친 상태였다.

"아이를 이렇게 잘 키워서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담임 선생님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귓가를 맴돌았다.


'육아'라는 인생의 과업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만족감이 밀려왔다.


충분히 잘했다.

이만하면 됐다.


학령기 자녀의 ‘학부모’라는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지만 이것도 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연둣빛과 분홍빛으로 물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 뭘 하지?


명리 공부를 다시 해볼까?

꽃집 사장님께 연락을 드려볼까?

아님... 아예 처음 해보는 걸...?


나의 가슴은 꽃망울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느낌이 낯설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생리 예정일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 생리주기는 제법 규칙적인 편이다.


며칠 늦을 수도 있지.


나는 애써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예정일이 사나흘이 지나도록 생리는 시작되지 않았다.


… 싸했다.


나의 인생 계획표에서 무언가 지워지기 시작했다.


(2화에 이어서)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