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생 있는 거 정말 싫어!!”
“엄마 아빠도 동생 낳을 생각 전혀 없어. 걱정하지 마. 약속~!"
그 약속을 어기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두 번째 임신 후 가장 어려웠던 건
'첫째'가 되어버릴 아이에게 말하는 일이었다.
나는 이미 약속을 한 사람이었으니까.
아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너도 동생 갖고 싶지?”
라는 어른들의 질문에 정색을 하곤 했다.
예민한 감각과 조심스러운 성격을 지닌 아이였다.
무엇보다 자신의 경계를 침범당하는 것을 싫어했다.
나는 아이가 받을 상처와 나에게 쏟아질 원망이 겁났다.
'도대체 뭐라고,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어느 주말.
남편이 아들과 장난치다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야, 너 동생 생겼어 인마~”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 인간이 미쳤나.
아들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 장난치지 마.”
“진짜야. 엄마한테 물어봐~”
"…"
아들이 내게로 달려와 물었다.
“엄마!! 엄마!! 아빠가 자꾸 장난쳐! 진짜 아니지?”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말했다.
“… 진짜야.”
아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아무도 들어오지 마!”
쿵.
문이 닫혔다.
나는 차마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었다.
아이의 닫힌 방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으니,
남편과의 오래전 대화가 불쑥 떠올랐다.
"당신은 정관수술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
"왜?"
"주변에서 그러는데 확실하게 해 두는 게 좋대. 안 그럼 둘째 생긴다고."
"흥, 조심하면 되지. 나는 멍청이가 아니야."
그때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남편의 몸이니까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원치 않았다면 더 단호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나도 아주 조금은 그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닫힌 문 앞에서 나는 조용히 말했다.
"기다릴게.
네가 들어오라고 할 때까지."
시계의 긴 바늘이 반 바퀴 돌았다.
예상보다 빨리 방문 너머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안아줘..."
나는 방문을 열었다.
침대에 엎드려 있는 아이를 일으켜 안았다.
내 품에서 아이는 말했다.
"거짓말이지? 거짓말이라고 해! 장난이라고 해!"
나는 아이를 안고 있던 팔을 잠시 풀어
아이의 눈을 바라봤다.
나를 닮은 눈이 나의 눈과 마주쳤다.
아무 말 없이 다시 아이를 힘껏 끌어안았다.
"이 거짓말쟁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덜컹.
열차가 출발했다.
(5화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