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제안하기로 섭외요청이 왔습니다.
지난 화요일인 11일이었다. 요즘 준비 중인 공모전 원고를 다 쓰고 나서 스마트폰을 확인하였다. 브런치 플랫폼에 올린 글에 대한 댓글 알림이 여러 개 있었다. 그중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브런치 스토리팀에서 온 알림이었다.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지난번에도 두어 번 제안 메일이 온 적 있었다.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열어보니 스팸 이메일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스팸 메일이겠거니 하고 금방 열어보지 않았다. 한참 후 메일을 확인하려고 인터넷을 띄웠다. 순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스팸 메일이 아닌 진짜 섭외요청 메일이었다.
“황윤옥 작가님, 인터뷰 요청드립니다. YTN 라디오 PD입니다. 최근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 ‘60 넘어 알게 된 인공 지능, 배우길 잘했네요’를 정말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제미나이로 그림책을 만들어보신 이야기, 그리고 세상의 흐름에 뒤처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배우길 잘했다는 문장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YTN 라디오 ON – AIR’는 AI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 속에서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조명하는 방송이라고 소개해왔다. 이번 방송에서 AI로 그림책을 만든 60대 작가님을 모시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용기와 배움의 즐거움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방송 일정과 담당 PD님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를 남겨 놓았다.
‘아니,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왜 나한테?’
깜짝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인도 아닌 그저 보통 시민일 뿐인데 라디오 출연 섭외라니, 그것도 생방송이라니,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볼을 꼬집어보라고 할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생각나는 기자님이 한 분 계셨다. 교통방송이나 다른 방송에도 여러 차례 인터뷰 경험이 있으신 유영숙 기자님 (브런치 필명 유미래) 이 떠올랐다. 연락처를 모르기 때문에 기자님의 브런치 글방으로 가서 댓글을 남겼다.
“작가님, 라디오 방송 섭외가 왔는데 어떻게 해요? 저 엄청 떨려요.”
“당연히 하셔야지요. 질문지도 받으실 테니 차분히 준비해 보세요. 잘 하실 거예요.”
격려의 말씀과 함께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라시며 전화번호까지 남겨 주셨다.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오마이뉴스 기사글을 쓰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사려 깊은 분이시다.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에 또 이렇게 큰 도움을 받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일단 이메일을 차분하게 다시 읽은 후 마음을 가다듬고 PD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네, YTN 라디오 PD입니다.”
“안녕하세요? 브런치 통하여 섭외 메일을 받은 황윤옥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인터뷰에 응하실 건가요?”
“PD님, 제가요. 사는 곳이 대구인데 괜찮으실까요?”
“안 그래도 오마이뉴스에 실린 여러 기사를 읽어보니 대구에 사시더라고요. 서울까지 오시기 힘드시면 줌이나 전화로 하셔도 됩니다.”
“네, 줌은 학교에서도 늘 하던 거라 줌으로 하겠습니다.”
“일정은 언제가 좋으실까요?”
“17일 월요일이 좋겠습니다.”
“네, 그럼 작가님. 17일로 고정해 놓고 금요일에 질문지 보내드릴게요.”
금요일 오후에 PD님께서 질문지를 보내 주셨다. 질문은 13개 정도였다. 사이버대 전공 질문부터 입학하기 전의 삶과 대학을 다니게 된 계기 등의 다양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공 지능을 활용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마지막 질문은 새로 배움을 시작하려 하지만 주저하는 어르신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였다. 사실 질문 내용은 내가 쓴 기사에 있었던 내용이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도 생방송이고 유튜브로도 송출되는 프로그램이라 실수하면 안 되기에 차분히 질문지를 읽고 답변을 정리하였다.
방송 전날인 일요일에는 실제 인터뷰처럼 동영상으로 녹화도 해 보았다. 아무리 들어보아도 대구 사투리에 할머니 같은 외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러 번 녹화해 보니 조금씩 좋아지기는 했다. 말투와 외모는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하기로 했다.
설레고 두근거리는 며칠이 지나고 인터뷰가 잡힌 월요일이 되었다. 방송국에서 줌 테스트한다고 연락이 왔다. 사이버대에서 줌으로 수업을 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 가벼이 생각했다. PD님이 따로 PC에 줌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방송 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할 줄을 몰라 당황이 되었다. 이럴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아들이다. 아들에게 급히 연락했다. 아들이 알려주는 대로 해보았지만 잘되지 않았다. 카톡으로 보내 준 사진을 보고 겨우 줌 설치에 성공했다. 방송에 지장을 줄까 봐 고양이 두 마리는 안방에 넣어두고, 남편이 보면 부끄러울 것 같아 바깥으로 내보냈다.
생방송 시간은 오후 1시 10분부터 35분까지 진행이 되었다. 긴장되고 떨렸다. 다행히 진행자님이 편안하게 방송을 이끌어 주셔서 나도 마음의 안정이 되었다. 인터뷰는 살짝 웃어가며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었다. 방송이 끝나자 PD님이 활기찬 목소리로 전화를 해 왔다.
“작가님, 너무 잘하셨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한 마디에 오늘 하루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아들도 전화가 왔다.
“어머니, 정말 잘하셨어요. 하성이와 하유에게도 보여줄게요. 대단하십니다.”
“와! 당신 진짜 멋지다. 고생했어.”
남편과 아들의 응원과 지지는 나를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오마이뉴스에 기사글을 하나 올렸을 뿐인데 이런 영광스러운 일이 생겼다. 남편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나보다 더 좋아했다. 나는 공부를 하면서 두 가지 기쁨을 얻는다. 하나는 배우는 즐거움이고, 또 하나는 타인의 인정과 존중을 받는 즐거움이다. 이것은 마지막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기도 하다. 오늘처럼 두 가지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기쁨이야말로 내가 글을 쓰는 진정한 이유이다.
게을리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고 공부를 하니 이런 행운이 나에게 온 것 같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응원과 오마이뉴스에 나의 볼품없는 글을 기사로 실어주신 분들께 영광을 돌리고 감사를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쓰게 하고, 학교에 다니게 하고, 라디오 생방송까지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사이버대 교수님들께도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