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보내 준 인삼 넣고 푹 끓여 기력 보충했어요
지난 월요일에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부랑 금산에 갔다가 인삼을 좀 샀어. 3채를 너희 집으로 택배 보냈으니까 동생들한테는 네가 좀 갖다 줘.”
“알겠어. 언니. 잘 먹을게. 고마워.”
아주 무더웠던 여름날, 형부가 위암 수술을 받았다. 건강 검진에서 발견했는데 두 번은 검사한다고 1박 2일간 병원에 입원했고, 또 한 번은 수술하느라 3박 4일간 입원을 했다. 언니는 구미에 살고 막내인 나는 대구에 산다. 형부가 입원했으니 당연히 찾아뵈어야 할 일이었다. 입원 때마다 40여 분이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서 다녀왔다.
수술은 잘 되었지만 70대 후반인 형부는 하시던 일을 그만두었다. 나이도 있으니 건강을 챙기기 위해 간단한 운동도 하고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도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차에 인삼 축제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대구에 사는 오빠 둘과 막내인 내가 병문안 다녀간 것이 고마워 인삼을 보내 준 것이다.
다음 날 오후에 인삼이 도착했다. 오빠들에게도 인삼을 전했다.
며칠 전 남편이 말했다.
“자꾸 어지럽네.”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거 아냐?”
“시간 있을 때 검진 한번 받아봐야겠어. 꼭 술 마신 것처럼 어지럽네.”
어지럽다는 남편의 말을 들으니 걱정이 되었다. 혈압약을 먹으며 관리하고는 있다. 혹시 지난번처럼 혈압이 180 이상으로 올라간 건 아닐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많아진 건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럴 때 내가 해 주는 보양식은 바로 능이백숙이다. 마침 닭볶음탕을 준비하려고 사다 둔 닭도 있고, 언니가 보내 준 인삼도 있으니 딱 안성맞춤이었다.
능이백숙은 사계절 우리 집의 보양식이다. 지난여름 초복, 중복, 말복에도 우리 부부는 식당에 가지 않고 집에서 능이백숙을 끓여 더위를 물리쳤다. 계절에 상관없이 보통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능이백숙을 해 먹는다. 처음에 능이백숙을 알게 된 것은 한 식당을 우연히 가게 되면서였다. 남편이 그 식당의 능이백숙을 먹으니 원기가 회복된다고 하여 몇 번을 같이 갔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라 자주 갈 수가 없던 차에 인터넷 검색으로 능이버섯을 사게 되었다. 그 이후로 말린 능이버섯은 항상 식자재 선반에 준비되어 있다. 언제든 먹고 싶을 때 끓일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아서 지금은 다섯 봉지나 있다.
능이버섯은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귀한 버섯으로, 특유의 향과 쫄깃한 식감 때문에 예로부터 고급재료로 여겨져 왔다. 특히 면역력 강화, 항산화 작용, 항암 효과 등 다양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도 귀중하게 다뤄진다. 특히 혈압과 콜레스테롤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피로 회복 기능과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먼저 말린 버섯을 물에 잠시 불려둔다. 인삼 한 뿌리와 양파, 통마늘, 대추를 깨끗이 씻고, 닭도 흐르는 물에 씻어서 준비한다. 모든 재료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부어서 한 시간을 푹 끓여주면 건강 만점 능이백숙이 된다. 따로 소금 간을 하지 않아도 들어간 재료의 고유한 맛이 어우러져서 국물이 시원하고 깊다. 국물에 불린 찹쌀을 넣고 죽을 끓여 먹어도 좋다. 우리 집은 찹쌀죽보다 국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한번 끓이면 세 끼 정도 국물을 먹을 수 있다. 닭고기도 쫄깃하고 능이버섯의 식감도 소고기처럼 쫄깃하다.
국물을 한 그릇 마신 남편은 본인이 다시 한 그릇 더 떠와서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능이백숙을 먹고 나서는 어지럽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혈압에도 정말 좋은 음식임이 틀림없다. 기력이 떨어졌을 때 묵직한 능이백숙 한 그릇은 계절에 상관없이 우리 집만의 보양식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엄지척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