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아름다운 노래, 책사랑 이야기
지난 18일 오후에 제16회 '책사랑 전국수필공모전' 시상식을 다녀왔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와 영남일보가 주최한 공모전이었다. 오후 4시에 영남일보 본관에서 진행하였다. 아껴둔 원피스를 오래간만에 꺼내 입고 검정 단화를 신고 출발하였다. 작년에는 손자 둘과 며느리가 와서 축하해 주었는데, 올해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락을 하지 못하였다. 회사 일로 바쁜 남편이 팀원들의 양해를 얻어 어렵사리 시상식에 같이 가기로 했다. 오전 일이 생각보다 늦게 끝난 남편은 시간에 늦을까 봐 헐레벌떡 뛰어왔다.
4시에 진행되는 시상식장에는 수상자들과 가족, 영남일보 관계자와 사진 기사와 기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지정된 자리에 앉아 대구 수필가협회 회장인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을 먼저 들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였다. 그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6개월 차 되던 초보 시절이었다. 4살 손자가 할머니인 나와 함께 책을 읽으며 우주비행사가 될 거라는 꿈을 가지게 된 글을 써서 냈다. 첫 공모전에서 가작이라는 상을 받게 되어 나의 글쓰기에 자신감을 얻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는 책을 읽고 나에게 온 변화를 썼다. 어느 작가의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사이버대 문예 창작학과에 들어가 다시 공부하게 된 이야기와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글을 <책이 물어다 준 인연>이라는 제목으로 써서 공모했다. 나의 글은 주최 측에서 원하는 굴곡진 삶이 아닌 평탄한 삶이라 글을 낼 때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8월 29일 영남일보에서 입상했다는 연락이 왔다. 가작이었지만 뽑혔다는 자체가 너무 기뻤다.
<책사랑 전국수필공모전>은 여러 독서 활동에 걸맞게 굴곡진 삶에서 생긴 아픔과 생채기를 녹여내는 글들이 주로 입상을 한다. 매해 도서관에 전시된 공모전을 보고 전국에서 많은 주부가 참여한다. 작년에는 남자 주부 몇 명도 공모전에 참여하여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독서>이다. 단어보다 그림을 좋아하고 글자를 배우는 속도도 또래보다 느린 아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경계성 지능’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아이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기로 하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엄마는 그 첫 시작을 책으로 결정하고 매일 저녁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느낌을 나누기 시작한다. 아이와 함께 책을 통해 진짜 엄마가 되어간다는 심금을 울리는 글이다.
금상 수상 작품은 <돌 굴리기>이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상적 이야기를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스 신화에 비유한 작품이다. 인생은 떨어질 것을 알지만 계속 바위를 굴리는 시지프스처럼 고통과 희망의 반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고통스러운 작가의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치유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번에 수상한 작가들은 대부분 젊은 엄마가 많았다. 그중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은 것 같았다. 늘그막에 시작한 글쓰기이지만 젊은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희망이고 즐거운 치유이다. 수상자들의 작품은 <책사랑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도서관마다 비치되는 책이다. 책 속에 내 글이 실린 것만 해도 기쁨이 넘쳐흐른다. 수상자에게 한 권씩 주어 집으로 가져왔다. 작년에 받은 책과 함께 책장에 꽂아두었다.
대상에게는 3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나는 가작이라 20만 원의 상금을 꽃다발과 함께 받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도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금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무언가 이루었다는 자체가 황홀한 경험이다. 시상 후에는 영남일보 사장님과 구청장님 그리고 심사위원장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다음 날이면 영남일보 문화면에 실릴 것이다. 내년에는 분발해서 좀 더 큰 상을 받고 싶다. 굴곡진 삶이 아니더라도 글이 좋으면 당연히 좋은 상도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학교에서 열심히 배우고, 배운 대로 많이 써 본다면 내게도 문운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엄지척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