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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랑 사마귀놀이 해요

하성이가 만든 놀이

by 오즈의 마법사

사랑하는 나의 보물, 손자 하성이에게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하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옷을 잘 입고 다니길 바란다. 월요일인 어제는 유치원에서 행사가 있었구나. 학부모 참여 수업이 있었네. 엄마랑 같이 수업도 하고 몬테소리 작업도 해서 너무 재미있었을 것 같아. 할머니도 하성이가 다섯 살 때 참여 수업에 다녀왔었지. 영어 수업도 재미있게 잘 하고, 한자 수업도 잘하더구나. 몬테소리 작업을 할 때는 규칙에 맞추어서 사뿐사뿐 걸어 다니며 하고 싶은 놀이를 하는 것을 보니 얼마나 대견했는지 몰라. 지금은 일곱 살이니 더 잘 했을 거야. 유치원에서 장소가 좁으니 부모 한 명만 참석하라는 공지를 할머니도 보았단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아빠 사촌들이랑 모임이 있어서 같이 다녀왔더구나. 아빠가 사진을 보내주어서 보았단다. 제주도 여행 다녀오랴 아빠 모임 여행 다녀오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었구나. 지금 하성이 나이에는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는 것이 아주 중요하단다. 나중에 커가면서 삶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가족의 소중함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한단다.



오늘 할머니가 풀어줄 이야기보따리는 2023년 2월 10일에 있었던 일이야.


할아버지가 밤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하고 왔었어. 거실에서 놀고 있던 하성이가 할아버지가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현관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품에 와락 안겼지. 할아버지가 하성이를 번쩍 안고 들어왔어. 할아버지는 회사 일이 바빠서 같은 집에 살아도 하성이와 자주 만날 수가 없었단다. 오래간만에 할아버지를 본 하성이는 얼마나 같이 놀고 싶었겠니? 옷도 벗지 않은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사마귀놀이 해요!”


‘사마귀놀이’는 하성이가 직접 만든 놀이야. 할아버지의 등에 올라가 앉아 있고, 할아버지는 무릎을 구부리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는 거지. 그러면 하성이는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아버지 등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 매달렸지. 하성이는 사마귀이고, 할아버지는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이었던 거야. 얼마나 아귀힘이 셌던지 잘 떨어지질 않더라.


“아이고, 이 녀석 얼마나 힘이 센지 떨어지질 않네.”

“할아버지, 힘내요. 더 세게 흔들어 봐요. 이야, 재밌다.”


한 번에 끝나는 놀이가 아니라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길 반복했단다. 여러 번을 해야만 하성이 성에 찼지. 놀이를 다 끝내고 나면 할아버지의 얼굴은 단풍잎처럼 새빨갛게 불타오르고, 하성이의 얼굴에는 하얀 웃음꽃이 피어났지.


그렇게 한바탕 놀이가 끝나고 같이 아침밥을 먹은 뒤에는 또 무엇을 했을 것 같니? 그래, 맞아. 이번엔 할아버지 목마 타고 술래잡기 놀이를 하면서 어린이집으로 갔단다. 할아버지와 놀았던 ‘사마귀놀이’를 기억할 것으로 생각해. 왜냐하면, 엄마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할머니 집에 놀러 오면 꼭 그 놀이를 했으니까. 그땐 하유도 합세해서 할아버지는 힘이 두 배로 들었지만, 행복도 두 배였을 거야.



10월에는 추석이 있어. 그때도 할머니 집에는 오지 못하겠구나. 바깥에서라도 잠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엄마 아빠 말도 잘 들으렴. 그리고 동생 하유와도 사이좋게 잘 지내길 바란다. 사랑한다. 나의 손자들아.



2025년 9월 23일

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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