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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책 스무 권을 읽었어요

책을 좋아하는 하성이

by 오즈의 마법사


사랑하는 나의 보물, 하성이에게


하성아, 잘 지내고 있지? 할머니도 잘 있어. 만나지 못한 지가 벌써 넉 달이 넘었구나. 5월에 잠깐 만났던 것을 빼면 8개월째 못 만난 거구나. 그동안 많이 자랐을 텐데, 자라는 모습을 볼 수가 없으니 안타깝다. 어린이의 정서나 성격이 6살 이전에 다 형성된다고 하더구나. 할머니가 여섯 살 때까지 돌보아 주었으니 하성이는 어떤 일이 생겨도 잘 헤쳐나가고 이겨낼 수가 있을 거라 믿어.


오늘 할머니가 풀어줄 이야기보따리는 책과 관련된 거야. 하성이는 아기였을 때부터 할머니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하고 혼자서도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지. 2022년 12월 27일에 있었던 일이야.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낮잠 시간이 있었단다. 그래서 밤에 일찍 자지 않고 10시쯤에 잠드는 날이 많았어. 그날도 어부바 산책을 하며 잠이 들었단다. 집으로 들어와 이불에 눕히고 할머니도 옆에 누워 쉬고 있었지. 잠시 후 ‘띠띠띠띠’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어. 하성이 방은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방이었거든. 할아버지가 퇴근하고 들어오는 소리였어.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할아버지다!”


하며 벌떡 일어나는 거야. 할머니가 그냥 자자고 해도 막무가내로 일어나서 할아버지를 맞이하러 나갔지.


“할아버지, 다녀오셨어요?”

"우리 하성이 아직 안잤나? 어서 자거라."


인사를 하더니 할아버지 품에 안기는 거야. 할머니는 할아버지 식사를 챙기려고 주방으로 들어갔지. 그사이 거실로 가서 장난감도 만지고 책도 꺼내서 읽어보더구나. 할아버지가 식사하시는 동안 할머니가 하성이 곁으로 갔지. 책꽂이에 가서 책을 몇 권 꺼내오더라.


“할머니, 책 읽어주세요.”

“아까 어부바하기 전에 읽었잖아.”

“또 읽어주세요.”


삼성 출판사에서 펴낸 그림동화 ‘플랜더스의 개’ ‘어린 왕자’ ‘엄지공주’를 가져와서 읽어달라더구나. 어쩔 수 없이 세 권만 읽어주기로 하였단다. 세 권을 다 읽고 난 하성이가 책꽂이로 가더니 남은 책 17권을 서너 번에 걸쳐서 다 꺼내오는 게 아니겠니?


“하성아, 왜 이렇게 많이 가져왔어? 세 권만 더 읽자.”

“아니에요. 이거 다 읽을래요. 읽어주세요.”


한 권이 끝날 때마다 할머니가 그만 읽자고 해도 소용이 없었어. 할아버지가 식사를 다 하는 동안에도 책을 다 읽지 못했어. 할아버지는 그 모습이 너무 기특했는지 우리가 책 읽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으시더구나. 할머니는 목이 아팠지만, 하성이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보니 안 읽어줄 수가 없었단다.

20권의 책을 다 읽고 나니 밤 열두 시가 훌쩍 지나 있더구나. 아마 책 읽는 시간이 한 시간도 더 지난 것 같았어.


“재미있었어? 이제 책 다 읽었으니 방에 들어가서 자자.”

“싫어요. 어부바 산책하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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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잘 생각이 없어 보이는 하성이를 업고 바깥으로 나갔지. 추운 겨울이라 할머니 패딩으로 하성이 머리까지 다 덮고 나갔단다. 할아버지도 함께 나갔지. 할머니가 불러주는 동요를 들으며 하성이는 꿈속 여행을 떠났단다. 아마 그날 밤 꿈속에는 장화 신은 고양이가 하성이를 ‘카라바 공작’으로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이렇게 책 읽는 것도 좋아했던 하성이었단다. 요즘도 WHY 책을 주로 읽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어떤 책이든 책을 읽는 습관은 중요하니 계속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로 자라주었으면 좋겠어.

항상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감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사랑해. 다음에 만날 날을 기다릴게.


2025년 9월 30일

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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