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보물 손자들에게
얘들아 안녕? 할머니야.
어제는 추석이라 작은할아버지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단다. 장어구이를 먹었는데 그 자리에 우리 손자들도 왔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구나. 외가에는 다녀왔는지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랑 좋은 시간 지냈을 거로 생각한다.
할머니는 어디가 심하게 아픈 건 아니지만 온종일 침대에서 나오지 못할 정도로 피로한 날이라 편지글도 이제야 겨우 일어나 쓴단다. 며칠 동안 날씨가 비가 오다가 흐리다가 우중충하더니 할머니 마음조차 회색빛으로 만들어 버렸네. 하성이와 하유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엄마 집으로 돌아가기 이틀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줄게. 그날은 2023년 2월 22일 금요일이더구나. 할머니 집에서 26개월을 지낸 하성이가 태어난 지 43개월 되었을 때야.
집에서 놀다가 바깥으로 산책을 하러 나갔단다. 그날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았나 봐. 티셔츠에 조끼를 하나 걸치고 나간 걸 보면 말이야. 놀이터에서 나뭇잎이랑 작은 나뭇가지를 줍더니 이런 역할극을 하더구나.
“대장님, 여기 티라노사우루스 갈비 화석을 발견했어요. 여기 있어요. 정말 갈비뼈 같죠? 이거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발 뼈인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죠. 진짜 딱딱해요. 대장님.”
“네, 그런데 나뭇가지는 조심하세요. 대원님.”
우주비행사 꿈은 첫 번째였고, 두 번째 꿈은 고고학자였던 하성이는 무엇이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지. 나뭇잎은 갈비 화석이고 나뭇가지는 앞발 뼈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하성이를 보니 어찌나 진지하던지 동영상을 찍어 놓았단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할머니 집에 있어 주어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마운 일이구나.
다음 날인 토요일에 엄마가 하성이를 데리러 왔단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야채볶음밥을 다 먹고 나서도 도통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거야. 엄마가 말했단다.
“얘들아, 이제 집에 가자. 할머니도 쉬셔야지.”
“아니야, 나 할머니 집에서 오늘도 잘 거야. 하유도 할머니 집에서 같이 자자.”
“그래, 형아. 나도 할머니 집에 잘 거야.”
“하유야, 넌 한 번도 엄마 떨어져서 자 본 적 없는데 괜찮겠어?”
아무리 엄마가 가자고 해도 둘 다 들은 척도 하지 않더구나. 할머니가 말했지.
“애들이 가기 싫다니 하유도 내가 데리고 자 볼게. 넌 이만 집에 가서 쉬어라.”
“네, 어머니. 하유야, 정말 엄마 없어도 안 울고 잘 잘 수 있겠어?”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엄마가 떠나도 둘 다 놀이에 집중하느라 엄마가 가는 줄도 모르더구나. 함께 목욕을 시키고 거실에 이부자리를 폈지. 각자 읽고 싶은 책 세 권씩 골라오라는 말을 하자 책꽂이로 가서 책을 가져왔지. 할머니 양쪽에 앉은 너희들에게 하성이 책부터 읽어주고 하유 책을 다 읽어줄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구나.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 되었어. 할머니의 왼쪽엔 하성이가, 오른쪽엔 하유가 누웠단다. 하유가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나 보더라. 울먹울먹하며 말하더구나.
“할머니, 엄마는 언제 와?”
“엄마는 오늘 안 오고 할머니랑 자고 있으면 내일 올 거야. 할머니랑 자자.”
할머니가 하유를 안고 흔들면서 노래를 불러주었지.
“불미야 불미야 불미야. 불미 딱딱 불미야. 이 불미가 웬 불미인고? 장서방네 불미로세. 불어라 딱딱 불미야. 불어라 딱딱 불미야.”
이 노래와 몇 곡의 동요를 불러주니 그만 스르륵 잠이 들더구나. 하유가 엄마 배 속에 들었을 때 하성이에게 할머니가 주로 불러주던 노래였어. 그래서 금방 안정을 찾고 잠이 들었다고 생각해. 그렇게 해서 둘째 하유도 엄마와 처음으로 떨어져 자기에 성공했단다.
가족이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야. 지금 같이 사는 너희 가족 네 명이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면서 살아가길 바란다. 언제나 건강하길 바란다. 사랑해.
2025년 10월 7일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