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행복해야 해
사랑하는 손자 하성이에게
어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아침에는 억수같이 퍼붓더구나. 낮 12시, 지금은 비가 그쳐 선선하구나. 이런 날씨에는 하성이의 비염 알레르기가 심할 수 있으니 건강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싶단다. 요즘 한의원에서 비염 알레르기 치료를 하고 있으니 한약 먹고 꼭 낫기를 할미가 기도할게. 하유도 건강 조심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튼튼하게 자라는 게 제일 좋아. 너희들이 아플 때 어른들이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여 괜스레 마음만 콕콕 쑤신단다.
오늘 할머니가 펼쳐줄 이야기보따리는 할머니 집에서 살았던 2년 2개월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밤 이야기야. 2023년 2월 26일에 있었던 일이지.
2월 23일 목요일에 어린이집 수료식을 마치고는 엄마 집에 가지 않고 주말에도 계속 할머니 집에 있었거든. 그날은 일요일이었어. 할머니하고 집에서도 놀고 바깥 산책도 하고 재미있게 놀았지. 마지막으로 카페에 가서 달콤한 케이크도 먹고 말이야. 할머니가 커피를 한잔 마시며 하성이에게 말했어.
“하성아, 내일이 되면 이제 엄마 집으로 가서 살아야 해.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동생 하유와도 사이좋게 지내야 해.”
“할머니, 저는 계속 할머니 집에서 살고 싶어요. 그러면 안 돼요?”
“이제 어린이집 수료했으니 엄마 집에서 유치원 다녀야지.”
“그럼 유치원 다 마치고 초등학교 갈 때 다시 할머니 집으로 올게요.”
“아냐, 아냐, 계속 엄마 집에서 살아야 해.”
“신세계 마트 옆에 한실 초등학교 다닐 거예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던 하성이였지. 유치원은 차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에 할머니 집 부근에는 유치원이 없었거든. 항상 할머니랑 다니던 마트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는 것을 보고 그렇게 말을 한 거야. 할아버지께도 초등학교 갈 때 되면 다시 할머니 집으로 오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어. 너의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껄껄껄 웃기만 하셨지.
카페에서 돌아와 평소와 같이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40분 목욕을 하였지. 책을 읽고 마지막으로 어부바 산책을 나갔지. 할머니 등에 업혀서도 계속 할머니 집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
“하성아, 할머니가 매일 하성이 돌봐 주러 엄마 집으로 갈 거야. 우린 매일 만날 수 있어. 엄마가 도와달라고 했거든.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낸내해.”
“알겠어요. 꼭 와야 해요.”
할머니 등에서 새록새록 잠이 든 하성이를 방에 눕히고 손을 꼭 잡고 생각했지.
‘17개월 아기 때 엄마 아빠 떨어져서 할미 집에 온 하성이가 벌써 43개월, 다섯 살이 되었구나. 그동안 엄마 찾아서 몇 번 울기도 했지만, 별일 없이 잘 커 줘서 고마워’
공부 놀이, 물총 놀이, 배변 훈련, 곤충 숨기기 놀이, 화산 폭발 놀이, 낚시 놀이, 얼음 생물 구하기, 물놀이, 눈사람 만들기, 할아버지랑 사마귀 놀이 등등 많은 놀이를 할머니와 했구나. 그중에서 24개월에 코와 귀에 콩을 넣어 응급실 갔던 일과 35개월에 킥보드에서 떨어져 얼굴에 상처가 생긴 일, 그리고 38개월에 한글을 뗀 일이 제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
하성이가 이 많은 일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감정은 마음속에 남아 숨 쉴 거로 생각해. 앞으로 더 커 가면서 많은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할머니와의 추억과 감정을 떠올리며 이겨내길 바란다. 적어도 할머니는 언제나 하성이 편이었고 하성이를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해. 그 추억과 감정들이 하성이가 자라는 데 큰 울타리가 되어 지켜줄 것으로 생각해.
마지막 하룻밤을 자고 나면 이제 내 곁에서 새근거리는 하성이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약간 슬퍼지기도 했단다. 하지만 가족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엄마 아빠가 지금까지 다 주지 못한 사랑을 줄 것이니 걱정은 안 해. 항상 행복해야 해.
그동안 할머니에게 즐거움과 기쁨과 행복을 준 우리 하성이 사랑한다. 항상 어디서든 언제나 행복하고 지혜로운 하성이가 되길 할미가 기도할게. 사랑해~~^^
2025년 10월 14일
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