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손자와 카페 데이트

혼자는 외로워 둘이 좋아

by 오즈의 마법사

사랑하는 손자 하성이에게

사랑하는 우리 손주들이 지난주에 제주도 여행을 갔더구나. 아빠가 찍은 사진을 보내 주어서 알게 되었단다. 다섯 살 때부터 비행기도 타고 싶고 제주도에 그렇게 가고 싶어라 하더니 소원을 이루었구나.

하성이는 비행기를 탈 때 무서워서 창가 자리에 앉지 못했다고 하더라. 처음이라 그랬을 거야. 몇 번 타보면 아무렇지 않을 거야. 우주비행사가 꿈인 너인데 그 정도는 이겨내야 하지 않겠니? 놀이기구도 타고 물놀이도 하면서 즐겁게 지낸 것 같아 할미도 마음이 좋구나. 어릴 때 가족과 같이 다니는 여행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을 거야.

오늘 풀어줄 이야기보따리는 2023년 1월 10일에 있었던 일이구나.


3월이 되면 엄마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 하성이하고 추억을 더 많이 쌓으려고 생각도 했어. 네가 돌아가면 그 빈 자리를 어떻게 채울까 걱정도 되었지. 어린이집에서 돌아와 놀다가 하성이가 문득 이렇게 말하는 거야.

“할머니, 나 마카롱 먹고 싶어요.”

“마카롱이 뭐야? 어떻게 생겼는데?”

“달콤하고 동그랗게 생긴 거 있어요.”

다시 외투를 입고 할머니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갔단다. 길을 건너면 파리바게뜨가 있으니 거기에 가볼 생각이었어. 다행히 파리바게뜨에는 네가 원하던 마카롱이 있더구나. 동그랗게 생긴 젤리도 같이 주문하고 할머니가 마실 커피도 주문했지. 날씨가 춥기도 했지만 그런 건 또 매장에서 먹어야 맛이 있겠다 싶었어. 자리에 잡고 하성이가 먹고 싶어 한 마카롱을 할머니도 하나 먹어보았단다. 사실 처음 먹어본 거였어.

“아이고, 이거 왜 이렇게 달아? 할미는 못 먹겠다.”

“할머니, 달콤해서 먹는 거예요.”

분홍색 마카롱을 입에 넣으며 말하더구나. 그래도 두 개는 먹었지.

“할머니, 이 두 개는 할아버지 드시라고 갖다 드려요.”


이제는 젤리를 입으로 가져가더구나. 젤리도 달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잘 먹더구나. 할미는 커피로 입가심을 하니 단맛이 좀 없어지는 것 같았어. 이렇게 카페 데이트도 하고 너무 좋았단다. 할머니 혼자 있었으면 아마 그냥 집에서 커피 마시고 말았을 거야.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 엄마 아빠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 주니 아빠가 답장이 왔어.

“둘이 데이트하네요. 이제 잘 하지 못할 테니 좋은 시간 보내세요.”

집으로 돌아갈 날이 채 두 달도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해지기 시작하더구나. 2년을 넘게 같이 살았으니 정이 많이 들었던 거야. 하성이도 아마 그랬을 거야. 할머니는 하성이와 지낸 시간이 무척 소중했단다.

그 날 이후로 하성이와 카페 데이트를 즐겨 했단다. 할머니는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하성이는 조각 케이크를 먹었어.

이제 제주도에서 돌아와서 내일부터는 유치원에 가겠구나. 며칠간 가족 여행하느라 즐거웠던 만큼 유치원에서도 즐겁게 지내길 바란다.


항상 건강하고 예쁜 마음 가지길 바란다. 사랑해.

2025년 9월 16일

할미가

keyword
이전 24화배롱나무꽃이 필 때면 네 생각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