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사랑해^^
추석이 지나고 이틀 후인 지난 8일 저녁,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금요일 퇴근하는 길에 잠시 들리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금요일인 10일 오후 6시가 넘어서 내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몇 시에 올 거야? 9시에 라이브 강의 들어야 하니 그 전에 오면 좋겠다.”
“네, 8시 전에 갈게요.”
“밥 먹고 갈 거지? 된장찌개 끓여 놓을게.”
“네.”
서둘러 저녁 준비를 했다. 소고기와 두부, 호박을 넣어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고 달걀찜은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호박볶음과 오이무침을 준비하고 아들과 함께 만든 김장김치도 꺼냈다.
손자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발병하고 나서 아들도 역시 그동안 만나질 못했다. 그게 벌써 9개월이나 지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를 만나지 못한 것도, 하나뿐인 아들 내외를 만나지 못하는 것도 가슴 아프다. 추석에도 아들은 출근해야 해서 다니러 오지 못했는데 오늘 들린다니 엄마가 해준 밥을 꼭 먹이고 싶었다.
올봄에 아들에게 전화 한 적이 있었다.
“아들, 엄마에 대한 첫 기억이 뭐야? 혹시 안 좋은 기억이나 슬픈 기억 같은 거 있어?”
“전 아프거나 슬픈 기억은 없고 어머니를 생각하면 느티나무가 떠올라요. 언제든 편히 기댈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어서 좋아요.”
이렇게 대답해 주었던 아들이 손자의 알레르기 때문에 그동안 못 만난 것이다.
저녁 8시 가까이 되어 아들이 집에 도착했다. 저녁상을 차리고 밥을 먹으라고 했다.
“완전 진수성찬인데요.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맛있게 먹어라.”
“와!! 밥도 맛있고 된장찌개도 맛있고 다 맛있어요.”
“된장찌개 끓여 놓은 거 더 있는데 싸줄까? 김치도 좀 가져가거라.”
“네, 싸주시면 좋죠.”
아들은 어려서부터 엄마인 내가 해주는 밥을 잘 먹고 좋아했다. 몇 개월간 밥을 먹이지 못했는데 먹는 모습만 보아도 배가 불렀다. 통에 된장찌개를 담고 김치도 썰어서 비닐봉지에 담았다. 밥을 다 먹은 아들이 작은 통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어머니, 이거 제주도 갔을 때 산 야관문 주인데요. 아버지하고 한 잔씩 드세요.”
“그래, 고맙다. 너도 온 김에 엄마가 산 육포랑 숙모들이 준비한 선물도 가지고 가라.”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일상 이야기와 손자들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어머니는 이제 돈 안 버실 거예요?”
“나 지금 돈 벌고 있어. 글 써서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 그리고 오마이뉴스에서 받은 원고료를 따로 통장에 모으고 있어. 여기저기 공모전에 글도 응모했어.”
“정말요? 대단하신데요.”
“그리고 엄마는 동화 작가가 될 거야.”
“네, 어머니, 응원합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시계는 곧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라이브 강의를 들으라며 서둘러 선물 꾸러미와 반찬이 담긴 봉지를 들고 아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지하주차장까지 나가서 배웅해 주려고 따라나섰다. 운전석에 앉은 아들이 “어머니, 이 아들 얼굴 잊으면 안 돼요.”라는 말에 공연히 눈물이 날 것 같아 살며시 다가가서 손으로 얼굴을 매만져 주었다.
아들도 만나지 못한 9개월간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이다. 6년간을 공동 육아하며 손주들을 돌보고 공부까지 책임져 온 나였다. 이젠 오롯이 부모인 아들 내외가 책임지려니 많이 버거운 가 보다. 그 힘듦을 알기에 아들의 한마디와 애잔한 눈빛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오래간만에 아들과 함께한 시간이 비록 짧긴 했지만, 모자간의 정을 듬뿍 느끼고 서로를 이해하는 천금 같은 귀한 시간이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엄지척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