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가을
잠깐 점심 시간에 학교 앞 포장 마차로 나왔다. 2교시가 지나고 도시락을 까먹은 영희와 옥기랑 우린 핫도그 집 포장마차로 달려 나갔다. 1학년이었으면 상상도 못하는 일을 3학년인 지금은 해 낸다.
아줌마 핫도그 3개 주세요 하고 한입 물고 두입 물고 어느새 핫도그 하나가 없어진다.
얘들아 우린 호떡 먹자 라고 옥기가 꼬신다. 좋아 좋아 그러자면서 때 이른 호떡도 주문해 본다.
호떡을 종이 봉투에 담아 정문을 향해 걸어 가는데 오늘 따라 학교 앞에 전경들이 많다. 근처 대학교 언니 오빠들이 데모를 하나 보다. 전경차들이 쫘악 깔렸고 학교 앞 골목과 큰 길에는 전경들이 많이 보인다.
뭐야 니네 오빠 아니니? 옥기가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데 가만 가만 뭐라고 고개 돌려 보니 작은 오빠가 맞다. 작은 오빠는 의경으로 군 복무 중이며 데모가 많을때에는 전투복을 입고 데모 진압 하러 출동 하러 간다고 하였다. 길거리에 앉아 점심 배식 중이던 새까만 작은 오빠를 보았다. 작은 오빠가 부끄러워 할까봐 차마 부르지 못하고 난 고개를 숙였다. 내손에 뜨거운 호떡은 입에 넣지 못하였다. 교실 복도에서 반찬도 제대로 없는 차가운 밥으로 점심을 먹는 오빠를 다시 훔쳐 보며 옆에 같이 있던 옥기,영희도 함께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