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정리지도사 첫 수업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매달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교육을 듣거나 직업을 구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마지막 실인정을 위해 평택 고용센터에서 하는 집단 상담을 참석했었다. MBTI 성격 유형 검사, 취업 전략 수립 등(교재, 간식 제공) 취업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이었다. 참석한 이유는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의 나이대나 50대 후반인 내가 취업의 가능성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 중 내 나이가 많았다.
교육을 받는 도중 평택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에서 운영하는 2025년 상반기 2차 직업교육훈련 모집 안내를 받았다. 단체급식조리사 양성과정(모집인원: 20명), 원예심리지도사 양성과정(모집인원: 22명), 생전정리지도사 과정(모집인원: 20명) 3개의 과정이었다. 접수 마지막 날이라 바로 2층 창구로 올라갔다.
원예심리지도사와 생전정리 지도사 과정에 흥미가 있었다. 전원생활을 하니 원예심리지도사 수업을 받아볼까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평소에 죽음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생전정리 지도사 과정에 지원서를 썼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잘 죽고 싶었다. 마무리를 잘하고 가고 싶은 것이다. 가장 가까운 아이들과 남편이 좋은 엄마, 좋은 아내였다고 말을 한다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좋은 죽음 앞서 잘 살아가다가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이 선제 조건이다.
잘 산다는 게 뭘까? 이 나이에 내가 사회적인 커다란 성공을 할 것 같지는 않고 적어도 좋은 어른은 되고 싶다. 가장 먼저 내 삶은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동안도 일을 해왔는데 내 손에 남는 게 없다. 노후대책이 안 되어 있다.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기엔 남아 있는 날들이 너무 많다.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생전정리지도사라고 하니 급관심이 갔다. 교육이 끝난 후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지원서는 써야 할 게 많았다. 접수를 받는 상담사는 친절했고 내가 쓰는 걸 지켜보면서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모두가 강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면접을 받아야 한다고 날짜와 시간 안내를 받았다. 직업교육훈련 참여혜택은 교육비 무료이고 취업설계사 1:1 멘토링 상담 및 취업 알선도 해준다 하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교육기간은 4월 1일부터 6월 11일까지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총 20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이 모든 내용을 알고 신청을 한 건 아니고 단지 생전정리라고 하니 수업을 하고 나면 내 삶이 정리가 되지 않을까,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신청했다.
면접장에 도착, 은근 긴장이 되었다. 내가 늦은 건가? 사람들이 먼저 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가 마지막 신청자라 면접순서도 마지막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의 의지라고 해 전혀 준비를 하고 가지 않았다. 같이 집단 상담을 받았던 고운이가 있어 불안이 좀 줄었다. 면접은 3명씩 들어간다. 면접관은 2명이었다. 한 분은 부드러운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지만 다른 한 분은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 과정에 지원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 "엄마를 보내면서 생전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엄마가 아프다 돌아가셨기에 예상한 일이긴 해 그때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엄마가 보고 싶고 생각이 나 눈물이 납니다. 엄마랑 충분하게 이별을 한 경험이 있다면 좀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생전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내 경력과 이력에 대한 것이었다. 교사 경험과 책을 낸 과정을 말하고 생전정리로 글쓰기를 시도해도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정리 잘하세요? 몸을 쓰는 일도 해야 합니다. 할 수 있겠어요?" "잘하고 싶은데 잘 못합니다. 배우면 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아직 몸 쓰는 것은 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생전정리지도사가 되고 싶으세요?" "일단 제 삶을 먼저 정리하고 그 이후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디지털 정리도 배우고 싶습니다."
나만 대답을 못한 것 같다. 옆에 있는 두 사람은 똑 부러지게 답을 한 듯한데 결과는 담주 월요일에 합격자만 전화 통보라고 했다. 답을 받기 전까지 '안되면 어떡하지?' 불안했다. 바로 알려주지 시간을 왜 이리 끄는 거야?
면접 다음날 친구와 만나고 있는데 모르는 전화가 떴다. "합격입니다. 4월 1일부터 교육 시작하니 고용센터 1층 프로그램실로 오세요.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아하 이런 기분이구나. 이게 뭐라고? 잠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교육 첫날, 교육장에 도착, 낯선 얼굴들, 긴장감이 감돌았다. 고운이 발견, 다행이다. 강사님들 소개를 하고 바로 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각자 소개를 하는데 대부분이 50대이다. 이 나이대엔 가까운 사람들 중 하나를 하늘나라로 보낸 경험이 있고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1/3정도였다. 나랑 같이 앉게 된 사람은 50대 초반 전업주부이고 아이들이 커서 일을 찾으려 왔다고 한다. 20명 중에서 몇 명이나 생전정리지도사로 활동을 할까? 궁금하다. 여기서도 파레토의 법칙이 작동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