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를 읽고

by 구른다

읽지 말아야 했다. 아니, 읽어야만 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읽어 봤다면 그녀가 가진 문학적 색채가 선사하는 아픔에 준비했을 것이다. ‘소년이 온다’는 내가 읽어본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이다. 나는 그녀가 가진 문학적 색채를 알지 못한 채 책을 읽었다. 그 결과 난 책이 선사한 고통에 처참히 무너졌다.


천변을 끼고 어머니와 함께 걸어가는 동호, 햇빛이 드는 곳으로 어머니를 이끌었던 동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천변에 있다가 계엄군에게 아무 이유 없이 구타를 받은 신혼부부가 생각난다. 오늘날의 천변 자락의 아픔은 사라졌지만 천변의 물줄기는 그날의 무자비함을 기억하고 있다.


책이 주는 고통이 괴로웠다. 매 순간 포기하고 싶었다. 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읽어야만 했다. 생각에 잠긴 채 거실로 나갔다. 가족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파’ 한마디를 던지고 방으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자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책을 번쩍 들었다. 어머니는 책이 가진 의미를 이미 알고 있었는지 조용히 거실로 돌아갔다.


5월, 광주의 아픔


고통을 느낄지라도 나는 모른다. 그들이 얼마나 큰 아픔을 가졌는지 나는 모른다. 그래서 읽어야 했다. 읽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그날을 내 가슴에 박아야만 했다. 이 책은 10일이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간다. 고통을 선사하기 위해 간다. 책은 잠시 내 곁을 떠나지만 책이 선사한 고통은 매 5월마다 찾아올 것이다. 평생 동안.


웃는 얼굴로 ‘읽지 마세요.’라고 말한 한강 작가님의 모습이 생각났다.

웃는 얼굴이 슬퍼 보인 순간은 처음이었다. 우수에 차있는 눈빛, 마음속에 간직한 그녀의 고통이 나에게도 찾아온 듯 가슴이 저려왔다. 옆에 있는 책 표지 위로 눈물 한 방울을 떨궜다. 조용히 혼자 방에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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