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이 채워질 때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사진을 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태초의 원시적인 자유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요.
함께 툭툭이를 타고 온 이들과 다음을 기약하고요. 또 그러고 한참을 가는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 정답은 없다고요. 남의 눈치를 볼 필요 없고, 나의 의지대로 살면 되는 게 아닌가를 생각했어요.
동생들이 머무는 한인 숙박업체의 사장님을 만나 뵙게 될 기회가 있었네요. 그래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지혜를 구하고요. 요 며칠 함께 여행도 가고 웃고 떠들었더니, 동생들과의 이별의 시간이 다가올 거란 걸 몰랐던 순간이에요. 그저 태어나 처음 누워본 그물침대가 너무 편해서 웃음이 나왔어요.
이윽고 동생 중 한 녀석이 먼저 가야 한다고 인사를 건네요. 그러고 그 녀석의 뒷모습을 보니 무언가 좀 아쉬웠어요.
그래서 나머지 동생들에게 다 함께 가서 마지막 사진을 담자고 제안했네요. 다들 말은 안 했지만, 마음은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부리나케 달려가서 다시 만났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그래서 또래인 동생들의 사진을 담아서 보내준다고 했네요. 연락처를 나누고 동생들을 보낸 후 잠시 근처 가게에 와서 컵라면을 하나 샀어요. 기분 탓인지 입맛이 없더라고요.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사서 나오는 길에 만난 털북숭이예요. "너무 더워 보였는데 괜찮겠지요?"
며칠 전 어둠 속에서 잠시 머물렀던 사원을 찾아가 봐요. 낮에 보니 또 왔느냐는 표정이세요.
왓 캉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불상들도 담아봐요. 역시나 국민의 대다수가 불교 신자여서 그런 것인지, 어느 지역을 가든 불상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정처 없이 바람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고 나니, 이곳에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요. 그래서 생각했네요. 다음에 이곳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온전히 자연을 감상하는 데에만 시간을 할애하겠다고요.
숙소에 가서 잠시 샤워를 하고 쉬고 있는데, 방비엥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이 드니 나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거리를 돌아다니다 지나가는 비를 만났어요.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려서 정신없이 비를 피했던 순간이에요. 생각이 많은 차였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글쎄요. 방비엥에서의 시간을 잊지 말라고 비를 보내주셨을지도요.
비를 쫄딱 맞은 생쥐처럼 서 있다 보니 따뜻한 국물이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두리번거렸는데, 아까는 보이지도 않던 식당이 건너편에 보이더라고요. 비가 잠잠해진 틈을 타 들어가 주문했어요. 따뜻하고도 맛있는 치킨수프를 먹고 나서, 음식이 건강한 느낌이 든다고 전하니 좋아하세요. 이참에 사진 요청을 부탁드리니 웃으며 자세를 취해주셨어요. 큰삼촌 같더라고요. 감사하죠.
#Standard of Satisfaction
제가 종종 지인들에게 묻는 말 중에 하나는 "행복하신가요? 지금의 선택에 만족하시나요?"를 묻는 거였거든요. 잠시 대화를 나눴던 한인 사장님이 소탈하게 웃으시면서 그러셔요. 행복하고 만족하신다고요. 그래서 그랬네요. 축하드린다고요. 매 순간 우리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나이가 되면, 으레 어른이란 이름표를 달게 되는데 그 대답을 듣고 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알게 됐죠. 만족의 기준을 낮추면 행복해진다는 것을요. 그 당연한 진리를 깨닫게 되는데 수년이 걸렸네요.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묻지 않게 됐어요. 행복은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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