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가까이에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샌가 탐 짱(Jang cave)
이에요. 탐 짱은 자그마한 종유석 동굴인데, 코끼리(Jang) 모양의 종유석이 있어서 코끼리 동굴(Tham Jang)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이쯤 되면 Tham 이 동굴이란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동굴도 동굴이지만 어딜 가나 보이는 행복한 표정의 와불상이 관광객들을 맞이해요. 저도 정말이지 와불상처럼 어딘가에 눕고 싶었다지요. 동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냉기가 참 반가웠던 순간이에요.
동굴을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카야킹 하러 왔어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던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와요.
하지만 카야킹 주의 사항을 듣고 나니 다들 사뭇 진지하고도 비장한 표정이에요. 어릴 적 기회가 닿아 빅토리아 폭포에서 잠시 래프팅을 하던 때가 생각이 났네요.
카야킹이 좋았던 점은 유속이 크게 빠르지 않은 데다, 베트남의 닌빈 투어와 비슷하게 자연을 벗 삼아 한가로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예요. 게다가 뒷좌석에 안정감을 주는 카약 프로가 함께여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어요.
카야킹을 하다 보니 중간에 'river bar'라는 곳에 잠시 머물렀어요. 술을 마시고 카야킹 하다가 인명사고가 난 경우가 있다고 해서, 다들 더웠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네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굵은 강줄기는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요. 이날은 그나마 날이 화창한 데다,
함께한 카약 프로의 존재가 큰 힘을 실어주었던 것 같아요.
카야킹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숙소로 올라가는 길이에요. 튜빙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빠른 유속을 스스로 제어할 수가 없으니 망설여졌어요. 게다가 동생들에게도 위험하니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다고 일러줬다죠. 동생들과 나이 차이가 좀 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부모 자아'가 발동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이 호텔에 머무는 동안 제 방에 아무도 오지 않는 행운을 줘서일까요. 의자에 앉아 한동안 마음 편히 하늘을 바라봤어요. 저는 보통 쉴 때 홀로 조용한 가운데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이다 보니,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것 같아요.
샤워하고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걸음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짓다 만 건물 아래 아이들이 한데 모여 신나게 흙 놀이를 하고 있어요. 맞아요. 그러고 보면 저도 어릴 때 그랬던 것 같아요. 요즘엔 아이들이 흙 땅을 밟을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사실 저런 모습이 건강한 건데 말이죠.
걷다 보니 약속이나 한 듯이 하나둘씩 간판에 불이 들어와요. 벚꽃이라는 바가 있어서 동생들과 가기로 했지만, 저는 시끄러운 게 싫어서 잠시 머물다가 나왔어요.
클럽을 나와서 우연히 길을 걷다가 마주한 불상이에요. 저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잘 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잠시였지만 머무는 동안 마음이 편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곳은 Wat Kang 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허기가 졌어요. 어딘지 정확히 모르는 가운데 우연히 자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한 로컬 식당에 이끌리듯이 들어갔어요. 자녀가 주는 행복이란 따스함 때문일지도요.
카오뿐(Khao poon)을 먹은 것 같아요. 국물이 정말 예술이더라고요.
먹고 있는데 바닥에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나왔던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어미 고양이의 슬픈 표정에 고기를 안 줄 수가 없겠더라고요. 한두 점 던져 줬더니 탁자 밑에서 새끼 고양이들이 냄새를 맡고 하나둘씩 우르르 달려 나와요.
카오뿐을 먹고 나서 Fried Basil with Rice인(카오 까파우)를 주문했어요. 물론 사장님이 한 번 읽어주시고, 저도 한 번 따라 읽어봤네요.
감사히 잘 먹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웃으며 인사하고 나가는 길에, 테이블에 이미 잠을 자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발견했어요. 깨우면 안 되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사진을 한 장 담아서 오던 길을 떠올리며 숙소로 돌아왔네요.
#어쩌면
저는 보통 여행을 떠나기 전에 좋은 인연들을 만나,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그러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좋은 이들을 만나게 되고, 또 그렇게 여행을 다채롭게 하나씩 채워가게 되더라고요. 늦은 오후 우연히 만나 마음을 편하게 해 준 이름 모를 불상과 로컬 음식점에서의 소소한 시간도 계획한다고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라도 더욱더 기회가 될 때마다 여행을 가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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